정부조직개편 협상 진통 거듭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둘러싸고 통합민주당과 한나라당, 대통령직 인수위가 벼랑끝 대치를 이어가면서 주말인 16, 17일에도 협상 실마리를 풀지 못했다. 양쪽은 협상 결렬의 책임을 서로 떠넘기며 해양수산부와 여성부 존폐 문제를 놓고 강경하게 맞서고 있어 18일 협상 재개 여부도 불투명한 상태다.
나경원 한나라당 대편인은 17일 오후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김효석 통합민주당 원내대표가 18일 오전 협상 전권을 위임받아 다시 협상을 벌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동관 대통령직 인수위 대변인은 협상 분위기와 관련해 “16일까지는 협상에 먹구름이 일고 천둥도 쳤지만, 다시 진정되면서 개는 분위기도 있는 것 같다”면서도 “협상 결과를 속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재성 통합민주당 원대 대변인은 “만나기로 한 적이 없다”며 “김효석 원내대표가 안 원내대표 전화를 받지 못해 콜백을 했더니 만나자고 하기에 ‘이명박 당선인의 생각이 바뀌면 전화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우상호 당 대변인도 “아직 진전된 게 없다. 이명박 당선인이 양보안을 갖고 와야 협상을 재개할텐데 워크숍만 하고 있지 않느냐”며 “해양수산부 존치에 대해서는 손 대표의 생각이 오히려 완강해졌다”고 말했다.
앞서, 이명박 당선인은 16일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국정과제 워크숍에서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여러 모습이 국민들이 선택할 여러 초이스를 준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야당을 비난하고 누구를 비난할 필요가 없다. 국민은 다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의 이런 발언은 정부조직 개편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이 문제를 4월 총선의 이슈로 쟁점화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맞서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는 16일 부산과 전남 여수를 방문해 해양수산 전문가들과 벌인 간담회에서 “국가 미래전략을 위해 해양부를 반드시 존치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양쪽은 지난주, 폐지 대상부처 중 통일부 외에 여성부 또는 해양수산부 중 한 곳을 살리는 선에서 타협을 모색했으나 실패했다. 이 당선인은 통일부 외엔 더는 부처를 늘릴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고, 손 대표는 해양수산부 존치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한편,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17일 기자회견을 열어, “4월 총선에서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정부의 골격을 제시하고 국민 심판을 받은 뒤 새로운 국회에서 토의를 거쳐 처리하는 게 정도”라며 조직개편을 4월 총선 이후로 미루라고 요구했다. 임석규 황준범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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