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심사위 방침 밝혀
통합민주당 공천심사위원회(공심위·위원장 박재승)가 호남 현역의원 ‘최소 30% 물갈이’ 방침을 정하고 ‘공천 쇄신’을 위한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했다.
박경철 공심위 홍보간사는 26일 “호남 의원을 A-B-C-D 네 등급으로 나눠, 하위 25%인 D 등급이 탈락 대상인데, 쇄신의 의지를 더하는 차원에서 5%를 더 붙인 하위 30%를 탈락 선으로 잡았다”며 “의정활동을 통해 국민들에게 자질을 보여줬는지가 판단기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 간사는 “전북에서 3곳, 광주·전남에서 6곳 정도가 과락 대상이 될 수 있다”며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했다.
공심위는 특히 호남 의원 30%를 먼저 탈락시킨 뒤 공천심사를 진행하기로 해, 실제 호남 쪽 물갈이 폭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호남 지역구는 31곳이고, 모두 통합민주당 소속 의원들이다. 공심위가 마련한 현역 의원 평가 요소는 △재출마 때 지지도 △의정 만족도 △인지도 △지역구민의 총선투표 의향 △정당 지지도 △17대 총선투표 성향 등이다. 상대평가 형식으로 점수를 매긴 뒤 하위 30%에 든 현역의원을 탈락시킨다는 게 공심위의 설명이다. 공심위의 이런 결정은 6.5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인 호남에서 칼을 빼듦으로써 물갈이의 상징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심위는 수도권에서도 ‘현역 의원 30% 물갈이’를 목표를 세웠으나, “전략적인 부분과 경쟁력, 총선구도 등을 감안해 이 부분은 추가로 논의할 계획”이라며 일단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물갈이’ 방침이 전해지자 호남 지역 현역 의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벌써부터 광주 지역에서는 몇몇 현역 의원의 이름이 ‘물갈이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공심위가 이미 여론조사를 통해 상당한 자료를 축적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호남 지역의 한 현역 의원은 공심위의 ‘물갈이’ 방침을 전해 들은 뒤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 의원은 “객관적 기준과 수치가 제시돼야 하며, 여론몰이식 물갈이가 돼선 안 된다”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그러나 광주 지역의 한 예비후보는 “공심위가 공천혁명을 위해 과감한 의지를 보여준 상징적인 조처”라고 반기며 “30%라는 수치에 머물 것이 아니라 쇄신과 변화를 바라는 지역민의 의지를 담아 확고한 원칙과 비전을 가지고 공천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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