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우익 대통령실장(오른쪽 두번째)과 박재완 정무수석이 26일 오전 서울 영등포 통합민주당사로 손학규 대표를 방문해 국무위원 인사청문회 절차에 협력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부족한 부분 덮어달라” “큰 담요 준비해야겠다”
장관 인사청문회를 하루 앞둔 26일,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와 류우익 대통령실장이 뼈있는 농담을 곁들인 신경전을 벌였다.
손 대표는 이날 인사청문회 협조를 요청하러 당산동 당사를 찾은 류 실장을 맞아, 이명박 정부 국무위원들의 도덕성을 문제 삼았다. 그는 “덕담만 해야 하지만, 한 가지 쓴소리를 해야겠다. 재산이 많은 것이 죄가 돼선 안 되지만, 이는 공직자의 도덕·윤리와는 별개 문제”라며 27~28일 청문회에서 철저하게 검증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손 대표는 이어 “공직자들이 돈을 벌고 재산을 늘리는 데 많은 신경을 썼다면, 게다가 없는 사람의 가장 큰 한인 부동산을 늘리는데 신경을 썼다면 이는 국민 입장에서 납득하기 어렵다. 공직자는 제대로 된 국가관과 도덕성을 가져야 한다”고 원칙론을 펴면서도 “능력만 있으면 아무래도 좋다는 것은 삼가야 할 기준 아닌가”라며 은근슬쩍 임명권자인 이명박 대통령을 겨냥했다.
류 실장은 “격동의 시대를 지나면서 ‘한점 티끌이 없으면 얼마나 좋겠는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인재가 많지 않은 만큼 마음에 차지 않는 부분이 있더라도 손 대표가 크게 보고 아끼고 포용해 달라. 부족한 부분을 덮어주기도 해야지, 다 드러내면 어떻게 하겠는가”라고 응수했다.
그러자 손 대표는 “다 덮을 수 있게 담요를 큰 것 하나 준비해야겠다”고 맞받았다. 성에 차지 않는다는 속마음을 ‘뼈있는 농담’으로 풀어낸 것이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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