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승 통합민주당 공천심사위원장(가운데)이 3일 오전 서울 당산동 당사에서 열린 공심위 회의에서 “일부 언론의 공천 관련 기사가 사실과 다르다”며 불편한 표정을 짓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비리·부정 전력자 공천 여부 최대 관심
‘대폭 물갈이’ 호남 1차압축 시간 걸려
‘대폭 물갈이’ 호남 1차압축 시간 걸려
통합민주당 공천심사위원회(공심위·위원장 박재승)가 3일 전북 지역을 끝으로 공천 신청자 면접을 마치고, 본격적인 후보 압축 작업에 들어갔다. 특히 4일 공심위 회의에서 확정될 비리·부정 전력자들의 공천 배제 기준의 수위에 따라, 호남 ‘물갈이’ 폭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심위는 5일께 수도권 단독 신청 지역의 공천을 확정하고 일부 우열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지역에서도 공천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지만, 호남 지역에서 1차 압축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현역의원 평가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공심위 관계자는 “4일 공천 기준이 확정되면, 호남 지역에서도 누가 공천을 받고 못 받는지 알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공천 기준의 확정이 ‘현역의원 최소 30% 교체’ 방침과 맞물리면서, 민주당의 최대 기득권 지역인 호남의 ‘공천 쇄신’을 이끌어내는 지렛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공천 당규 14조에서는 ‘비리 및 부정 등 구시대적인 정치 행태로 국민적 지탄을 받은 인사의 제외’를 심사 방향으로 규정해 놓고 있다.
당내 관심은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전남 목포)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 김홍업 의원(전남 무안·신안)의 운명에 쏠린다. 두 사람 모두 청탁성 금품을 받은 혐의(알선수재)로 기소돼 유죄 판결이 확정된 이력을 갖고 있지만, 나름의 이유를 내세우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박 전 실장은 지난 2일 면접심사를 마친 뒤 자신과 김 의원의 사정을 얘기하며 “김대중 전 대통령도 이런 내용을 충분히 아시고, 소명자료를 제출하는 문제도 상의했고 보고했다”고 밝혔다. 김 전 대통령 우산 아래서 보호받고 싶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박 전 실장과 김 의원의 전략적인 ‘구제’를 주장하는 쪽은 “공천에서 떨어뜨리면 두 사람이 무소속으로 출마하고, 김 전 대통령이 직접 유세에 나서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정치적 고려를 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최소한 개인 비리만큼은 공천 배제 기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감기약을 먹어도, 스테로이드를 맞아도 도핑 테스트에서 걸린다. 그러나 스테로이드는 안 된다”는 박경철 공천심사위 간사의 말은 이런 분위기를 대변하고 있다.
‘호남 지역 중량급 정치인들의 서울 출마’라는 공심위의 구상도 또다른 변수다. ‘예우’ 차원에서 이날 오후 기습면접을 치르도록 해준 박상천(전남 고흥·보성) 공동대표에게도 공심위원들은 서울 출마를 권유했다. 김효석 원내대표(전남 담양·곡성·장성)와 박주선 전 의원(광주 동)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박경철 간사는 “자격과 능력이 인정되고 수도권에서 당선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내려진 유력 후보들에게는 서울 출마 의사를 공통적으로 묻고 있다”고 전했다.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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