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에서는 13일 공천 결과가 발표되면서 희비 쌍곡선이 엇갈렸다. 8명의 현역의원은 의정평가 하위 30%로 분류돼 후보 압축 과정에서 탈락한 반면, 또 다른 8명은 경선 절차도 없이 손쉽게 공천을 받았다. 나머지 현역의원들은 지역 예비후보들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 울고 웃고 초조 불안=1차에서 서류심사와 면접을 통해 지역구별로 절반을 추려낸 공천심사위원회는 지역여론조사와 서류심사 결과를 합산해 2차 압축 작업을 벌였다. 그 결과, 2위보다 10점(100점 만점 기준) 이상 높은 현역의원은 최종 공천자로 확정됐다. 그러나 지역 정치인들로부터 거센 도전을 받고 있는 상당수의 현역의원은 ‘여론조사 경선’까지 치러야 하는 좌불안석의 처지에 놓였다.
17대 총선에서 전국 최대 득표율을 기록한 정세균 의원은 이날 공천 확정으로 4선 고지를 바라보게 됐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마지막 원내대표로, 당 의장이었던 정 의원과 호흡을 맞췄던 장영달 의원(4선)은 마지막 여론조사 경선까지 치러야 한다.
옛 민주당을 동반 탈당해 대통합민주신당 창당에 힘을 보탰던 이낙연·김효석 의원의 희비도 엇갈렸다. 이 의원은 경선 없이 무난히 공천을 받았지만, 김 의원은 당 지도부의 ‘전략공천 검토’ 방침으로, 지역구(전남 담양·곡성·구례)에서의 공천 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태다. 호남 유일의 여성 지역구 의원인 조배숙 의원도 경선을 치러야 하지만, ‘여성 후보 10% 가산’ 규정에 희망을 걸고 있다.
17대 총선 때 전북 고창·부안에서 각각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후보로 대결했던 김춘진 의원과 정균환 최고위원의 ‘리턴매치’는 눈길을 끈다. 10여명의 후보와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했던 강기정(광주 북갑), 지병문(광주 남) 의원, 그리고 박주선 전 의원과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가 예정된 양형일(광주 동) 의원의 생존 여부도 마찬가지다.
한편, 광주의 정동채(서을), 김태홍(북을), 전북의 이광철(전주 완산을), 채수찬(전주 덕진), 한병도(익산 갑), 전남의 이상열(목포), 신중식(고흥·보성), 채일병(해남·완도·진도) 의원은 ‘의정평가 하위 30% 탈락’ 방침에 따라 탈락했다. 3선인 정동채 의원은 “공심위 결정에 승복하며, 당에 힘을 보탤 수 있으면 보태겠다”며 수용 의사를 밝혔지만, 다른 의원들은 이의신청을 내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지난 2006년 10월 재보선에서 당선된 채일병 의원은 “이제 돌 지난 어린아이보고 100미터 달리기 뛰라고 해놓고, 중간에 꼴등 했다고 빠지라고 하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나타냈다.
■ 비호남 지역에서도 현역 탈락=비호남 지역에서도 현역의원의 탈락은 이어졌다. 이근식(서울 송파병) 의원은 김성순 전 송파구청장에게, 김형주(서울 광진을) 의원은 추미애 전 의원에게 밀리는 등 열린우리당 출신이 옛 민주당 출신에게 무릎을 꿇었다. 안희정씨가 비리 전력자로 배제된 충남 논산·금산·계룡에서는 첫 여성 장군인 양승숙 한국전력공사 감사가 옛 민주당 대선후보인 이인제 의원을 제치고 공천을 받았다. 김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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