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권자가 임명 보류하는 방식으로 압력 여지”
기관장 공모 제도 등을 통해 공공기관 임원 선발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했다고 자평하는 참여정부도 ‘낙하산·보은 인사’ 논란에서 자유롭지는 못했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의 언론특보였던 서동구씨를 집권 초 <한국방송> 사장으로 임명하려다 노조의 강한 반발에 부닥쳐 포기한 일이나, 2006년 청와대가 대통령과 가까운 특정 인사를 증권선물거래소 상임감사에 앉히려다 외압 논란 끝에 넉달 만에 뜻을 접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재용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이우재 한국마사회 회장, 이해성 한국조폐공사 사장, 이철 한국철도공사 사장 임명 등도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낙선한 정치인 출신들에 대한 보은 인사 논란을 빚었다. 이런 대표적인 사례 말고도 증권예탁결제원 감사, 신용보증기금 감사 등 크고 작은 ‘낙하산·보은 인사’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이런 잡음에도, 참여정부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철도공사·토지공사·코트라 등 94개 공공기관의 기관장·상임이사·비상임이사·감사 후보 선출 과정을 비교적 투명하게 만든 제도적 성과를 남겼다. 공공법은 ‘임원 추천위원회 → 공공기관 운영위원회 → 장관 제청 → 대통령 임명’ 등의 다단계 과정을 거쳐 공공기관의 임원을 선임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공공기관의 ‘임원 추천위원회’를 구성할 때 사원 대표를 포함시키고, 임원 추천위를 거쳐 올라온 임원 후보들에 대한 검증작업을 하는 ‘공공기관 운영위원회’에 노동계 인물을 참여하게 하는 등 ‘낙하산 인사’ 감시 장치를 마련했다.
한국전력과 한국자산관리공사 등의 사장 선임 과정에 참여했던 김용구 미래경영개발연구원장은 “역량이 떨어지는 사람을 정치권 압력 때문에 사장으로 낙점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정도로 시스템이 정착되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공기관 임원 임명 과정에서 외부 입김이 완전히 배제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곽채기 동국대 교수(행정학)는 “투명한 선임 절차 마련 등 제도 개선은 있었지만, 최종 임명권자가 적격자가 없다고 판단해 임명을 보류하는 등의 방식을 통해 압력을 행사할 여지는 있다”며 “참여정부도 낙하산 인사 문제를 개선하려는 의지가 집권 후반기로 갈수록 많이 퇴색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말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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