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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청탁자들 모두 10점씩 깎았다”

등록 2008-03-30 20:59

민주 ‘공천수술’ 마친 ‘시골의사’ 박경철씨
민주 ‘공천수술’ 마친 ‘시골의사’ 박경철씨
민주 ‘공천수술’ 마친 ‘시골의사’ 박경철씨
“소명으로 정치하는 사람
절반밖에 안되는것 같아
최소10년 외부심사 필요”

‘시골의사’라는 필명으로, 투자 전문가로 잘 알려진 박경철(43) 안동신세계연합병원장에게 최근 붙여진 또 하나의 직함은, 통합민주당 공천심사위원회의 ‘홍보간사’였다. 직장·대장 수술이 전공이라는 그가 대선 패배의 충격으로 쓰러진 민주당을 수술대에 올린 셈이었다.

5주 동안의 ‘집도’를 마치고 일상으로 복귀한 그를, 지난 28일 만났다. 그는 “이번 공천은 현재 상황에서 이뤄진 최선이었다”면서도 “지금 통합민주당에는 야당의 역할에 대한 고민 없이 자기세력만 챙기는 사람이 있다. 직업이 아닌, 소명으로 정치를 하는 사람은 절반밖에 안되는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호남 지역 물갈이에 집중한 까닭은?

“영남·호남·충청 모두 지역 맹주가 있다. 민주 세력이 먼저 이를 깨야 한다. 호남에서 무리짓고 있어서는 민주당이 전국정당이 될 수 없다. 계파의 존재 여부가 민주당이 지역당으로 가냐, 전국정당으로 가냐를 결정 짓는다고 생각했다.”

-공천 배제 기준을 정할 때, 지도부와 많이 부딪치지 않았나?

“지도부 중에는 ‘당을 깨려고 들어온 거냐, 당신들이 뭔데 당의 정체성을 부수려고 하냐, 무모한 인간들이 만든 결과가 얼마나 무서운 줄 아냐’며 대면해서 원색적으로 비난한 사람도 있었다. 그래도 ‘1석을 잃더라도, 10석을 얻자’는 게 공심위원들의 생각이었다.”


-후보들이 면접 과정에서 진땀을 뺐다고 한다. 상당한 자료가 축적돼 있었다고 하던데, 어떤 방식으로 자료를 얻었나?

“가능한 한 외부 공심위원들이 자체적으로 자료를 수집했다. 내 사무실 직원 한 명한테 ‘아무 일도 하지 말고 국회의원 신상자료를 모아보라’고 했다. 또,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각종 속기록과 언론인터뷰, 관련 기사를 모았다. 그렇게 수천 쪽의 자료가 모아졌다. 현역의원들과 거물 정치인 100여명 정도의 자료였다. 사람마다 파일로 만들어, 외부 공심위원들끼리 공유했다. 공심위 공식 출범 전에, 그 자료 보면서 ‘이런 사람은 안된다’는 컨센서스(합의)가 이뤄졌다.”

-심사 과정에서 청탁은 없었나?

“세상에 태어나 가장 많은 청탁을 받은 것 같다. 한 40~50건 정도 된다. 난 영남 출신이고, 정당 경험도 없는데, 희한하게 고교 은사님을 통해, 대학 교수님을 통해 청탁이 들어오더라. 내 부인이 일하는 병원으로 찾아오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 사람들 전부 10점씩 깎았다. 공심위원들끼리도 회의 중간중간에 ‘누구한테서 청탁 받았다’고 얘기했다. 나한테 청탁했던 사람들, 아무도 공천 못받았다.”

-앞으로 공천 심사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보나?

“상향식과 하향식이 같이 가야 한다. 상향공천 주장은 지역 토호가 존재하는 현실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또 하향공천이 없으면 당의 정체성이 없어진다. 하향식 공천이 제대로 되려면 지도자들이 맑아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지도자들이 자기 세력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공천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 때문에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최소한 10년은 외부인들의 공천 심사가 옳다고 본다.”

-민주당 공천을 자평해본다면?

“심장마비로 쓰러진 환자를 심폐소생술로 살려놓았다고 생각한다. 나머지는 당의 역량에 달려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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