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30일 경남 양산시 남부시장에서 선거유세를 마친 뒤 손가락으로 브이자를 만들어 보이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양산/연합뉴스
김무성 “총선 뒤 정체성 같은 사람들끼리 뭉쳐야”
한나라+친박연대+선진당 200석 ‘견제 무력화’ 가능성
한나라+친박연대+선진당 200석 ‘견제 무력화’ 가능성
우리나라 정치판에는 ‘나비효과’를 떠올리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그만큼 변화무쌍하다는 뜻이다. ‘친박 무소속 연대’로 부산 남을에 출마한 김무성 의원이 ‘총선 뒤 정계개편’을 언급했다.
“총선이 끝난 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중심의 새로운 정계개편을 추진해야 한다. 한나라당은 7월 전당대회를 앞당길 수밖에 없다. 흔들리는 한나라당을 바로 잡으려면 박근혜 전 대표가 당 대표로 복귀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 동안 일을 잘 하려면 강력한 국회의 뒷받침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정체성이 같은 사람들끼리 뭉쳐야 한다.”
물론 친박연대와 친박 무소속 연대 출마자들이 많이 당선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정치적 발언이다. 그냥 듣고 넘겨도 그만이다. 그러나 묵직한 ‘뒷맛’이 있다. 나중에 폭풍을 일으키는 나비의 날개짓일 수가 있다는 얘기다.
보수대연합의 출현 가능성을 따져 보자. 한나라당은 과반 의석이 필요하다고 ‘겸손하게’ 요구하고 있다. 150석 이상이다. 이회창 총재의 자유선진당은 원내교섭단체 20석이 현실적인 목표다. 친박연대, 친박 무소속 연대는 10명 가까운 후보들이 당선권을 오르내리고 있다. 여기에 당선 가능성이 있는 친이명박 성향의 무소속 후보들도 꽤 있다.
다 합치면 190~200명이 된다. 이들의 ‘정체성’과 ‘정책노선’은 같다고 봐도 전혀 무리가 없다. 따라서 복당이나 합당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정책 연대나 연정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김무성 의원의 발언 중에서, ‘박근혜 중심’은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지만, ‘보수대연합’은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다.
18대 국회가 구성되면, 이런 장면이 벌어질 수 있다.
“정부가 주도하는 강경한 대북 정책이 국회의 지지 속에 채택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 동의가 이뤄진다. 사립학교법은 재단의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개정되고, 대테러업무를 추가하는 국가정보원법이 국회를 통과한다. 경제 살리기를 명분으로 법인세를 인하하고 복지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2009년도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한다.”
1988년 13대 총선 결과는 민정당 125석, 평민당 70석, 민주당 59석, 공화당 35석, 한겨레민주당 1석, 무소속 9석이었다. ‘여소야대’를 견디지 못한 노태우 대통령은 90년 1월30일 3당합당을 했다. 보수와 영남이 결합한 ‘보수-영남 카르텔’ 민자당은 그렇게 탄생했다. 카르텔은 지금까지 깨지지 않고 있다. 김무성 의원이 말하는 보수대연합은 이 카르텔을 다시 강화하자는 제안이다.
강원택 숭실대 교수는 이렇게 진단했다. “한나라당 과반 여부에 관계없이, 대통령, 단체장, 지방의회에 이어 국회를 보수 세력이 장악하게 되어 있다. 민주화 이후 초유의 ‘힘의 집중’이다. 보수를 비판하거나 견제할 수 있는 세력이 존재하지 않는 우려스런 상황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걱정된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강원택 숭실대 교수는 이렇게 진단했다. “한나라당 과반 여부에 관계없이, 대통령, 단체장, 지방의회에 이어 국회를 보수 세력이 장악하게 되어 있다. 민주화 이후 초유의 ‘힘의 집중’이다. 보수를 비판하거나 견제할 수 있는 세력이 존재하지 않는 우려스런 상황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걱정된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30일 대구 달성군 현풍면 재래시장에서 상인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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