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은 9일 오후 몇시간 새, 천당과 지옥을 오가야 했다. 오후 6시 방송사 예측조사에서 민주당은, 최소 68석이라는 저조한 성적을 거두는 것으로 보도된 뒤, 실제 개표 과정에서는 선전하는 지역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오후 6시 서울 당산동 당사 상황실에 모인 손학규 대표는 입을 굳게 다물었고, 정세균 공동 선대위원장은 미간을 찌푸렸으며, 천정배 의원은 “휴우”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오후 6시25분께 강금실 선대위원장이 보라색 재킷을 입고 뒤늦게 나타났지만, 그의 얼굴도 어둡기는 마찬가지였다. 손 대표는 “우리 당이 반성·변화·쇄신했지만 아직 국민들이 받아들여주지 않은 것 같다. 한나라당의 독선과 독재를 어떻게 견제할지 제1야당으로서 더 큰 책임이 느껴진다”며 6시40분께 서둘러 자리를 떴다.
[4·9총선 개표현장]침통→기대→침울…희비교차한 민주당 상황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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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실제 개표가 진행되고 열세 지역으로 예측됐던 지역에서 선전이 이어지자, 싸늘했던 상황실에는 조금씩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 박상천 대표와 정세균 위원장, 김상희·최영희·신낙균 비례대표 후보들은 개표 방송을 지켜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오후 9시40분께, 강원 철원·화천·양구·인제에서 이용삼 후보가 400표 차이로 승리하자, “장하다 장해”라는 격려가 터져나왔다. 충북 충주의 이시종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충북이 효자에요”라며 좋아했다. 박상천 대표는 오후 9시50분께 상황판으로 다가가 당선이 확정된 경기 안양 동안갑의 이석현 후보, 경기 하남의 문학진 후보, 강원 영월·평창·정선의 이광재 후보 사진 옆에 배지를 달았다.
박선숙 총선기획단장은 10시 브리핑에서, 서울 구로갑, 중랑을, 경기 의정부갑, 부산 사하을 등 10곳에서 경합을 벌이고 있다며, “이 곳을 제외하고 잠정 집계한 당선 확정 지역은 57곳”이라고 밝혔다. 비례대표 수까지 포함하면 최소한 80여석은 나온다는 계산이다. 박 단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은평 뉴타운 현장 방문으로, 뉴타운 개발 건이 걸려있는 일부 지역에서 지지도가 역전되는 현상이 있었다”며 “정부 여당의 독주를 막기에는 힘겨운 의석이지만, 국민의 편에서 서민경제 살리고 민주주의 지키는 야당 역할 충분한 터전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우리 후보들 선전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태규 최현준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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