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산청군 유권자들이 9일 오전 투표를 하려고 경운기, 오토바이, 유모차, 지팡이, 자전거(왼쪽 사진부터) 등 다양한 이동수단을 이용해 산청학생체육관에 마련된 투표소로 향하고 있다. 산청/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한나라, 수도권 80여곳 1위…민주는 20여곳
선진당은 대전·충남 10여곳서 ‘이회창 돌풍’
선진당은 대전·충남 10여곳서 ‘이회창 돌풍’
4·9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큰 승리를 거뒀으나 완승을 하지는 못했다. 자유선진당이 충남과 대전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영남에선 한나라당을 탈당한 ‘친박 무소속 연대’, ‘친박연대’의 박근혜 돌풍이 거셌다. 한나라당이 그나마 과반 안팎의 의석을 얻은 것은 수도권의 표심이 큰 몫을 했다.
수도권 =전체 지역구 245곳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11곳이 몰린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선 선거 초반 70곳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 후보가 경합을 벌였다. 이들 두고 정치권에서는 수도권 유권자들이 ‘강부자 내각’ ‘형님 공천’ 논란 등 이명박 정부의 잇따른 실정에 실망하면서 ‘견제 심리’를 발동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막상 개표결과 한나라당은 수도권 111곳 지역구 가운데 81곳(서울 40, 인천9, 경기 32)에서 당선을 확정지으며 질주했다. 민주당은 겨우 26곳(서울 7, 인천 2, 경기 17)에서 당선됐다. 이런 결과는 2004년 탄핵 역풍 속에 고전했던 한나라당이 수도권에서 확보한 33석에도 못미치는 것이다.
이런 결과는 수도권 유권자들이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에 실망하면서도 대안세력으로 민주당을 신뢰하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날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와 달리 서울 일부 지역과 경기도에서 현역의원 출신 민주당 후보들이 막판 뒷심을 발휘해 버텨주면서 한나라당의 수도권 싹쓸이는 저지했다.
영남권 =전통적으로 한나라당의 절대 우세지역인 영남권에서는 한나라당이 고전했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의 ‘티케이 15년 핍박론’에 자극받은 탓인지 부산·경남에서 반한나라당 바람이 더욱 거셌다. 영남 전체 68석 가운데 한나라당이 당선된 곳은 46곳이다. 지난 17대 총선에서 61석을 석권했다. 이는 이른바 ‘형님 공천’ ‘사당화’ 논란으로 한나라당 내부가 분열되면서, 친박근혜 성향의 탈당파 의원들이 ‘무소속 연대’와 ‘친박연대’를 만들어 출마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에게 속았다”는 박근혜 전 대표의 읍소가 영남 유권자들의 공감과 동정을 불러일으킨 효과가 컸다. 경남 사천에서 ‘공천 칼날’을 휘두른 이방호 사무총장이 강기갑 민주노동당 후보에게 패배한 것이 ‘박근혜의 위력’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충청권 =24석이 걸린 충청권에서는 선진당 바람이 거셌다. 특히 이회창 후보의 고향인 충남의 경우 10곳 가운데 8곳에서 선진당 후보가 당선됐고, 대전에서도 6곳 가운데 5곳을 석권했다. 이는 영호남 지역갈등 속에서 손해를 보고 있다고 느끼는 지역주민들이 충청도를 대변할 정당이 필요하다는 선진당의 호소에 공감을 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충남·대전보다 지역정서가 약한 충북 지역구 6곳에서 우위를 점하면서 충청권 의석을 선진당과 나눠 갖는 데 성공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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