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당산동 당사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차기 당권 경쟁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합당·쇄신공천 성공했지만
선거전략 역량 부족 드러내
선거전략 역량 부족 드러내
“저는 앞으로 있을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경선에 나서지 않을 것입니다. 당과 나라의 발전을 위해서 평당원으로 저의 책임과 사명을 다 할 것입니다.”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가 1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전격적으로 당 대표 경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중진들의 무더기 탈락과, 81석이라는 나쁘지 않은 성적 등을 감안해 당분간 ‘손학규 체제’가 이어질 것이라는 당 안팎의 관측이 있었지만, 손 대표는 선거 다음 날 “정치인은 들고 날 때가 분명해야 한다”며 화끈한 태도를 보였다.
손 대표는 지난 3개월 동안 대선 참패의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던 당의 전열을 효과적으로 재정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월에는 민주당과의 합당을 이끌어 통합민주당을 출범시켰으며, 박재승 변호사를 공천심사위원장으로 영입해 ‘쇄신 공천’의 토대를 닦았다. 그 과정에서 빚어진 공심위와 옛 민주계 간의 극단적인 갈등도 효과적으로 조정해냈다. ‘정치 1번지’이자 한나라당의 텃밭인 서울 종로에 출마하는 과단성도 보여줬다.
그러나 그의 행보에 대한 비판도 존재한다. 손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당 대표가 피를 흘리며 싸우고 이겨내는 것이 당과 출마자들에 대한 최선의 기여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지만, 호남 지역의 한 의원은 “대운하, 등록금 문제 등 한나라당과 각을 세워서 싸울 수 있는 이슈를 제기하다가 말았다. 손 대표가 지역구에 출마하면서 큰틀에서 선거전략을 짤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하게 돼 그런 문제점이 나타난 것”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손 대표의 어정쩡한 태도도 ‘선명성 부족’으로 지적됐다. 한 당직자는 이명박 대통령의 은평 뉴타운 방문 사건을 고발이 아닌 ‘조사 의뢰’ 정도로 조심스런 모습을 보였던 태도를 거론하며, “4년 전 탄핵 역풍을 우려한 측면도 있겠지만, 열세에 있는 야당이 공격적으로 가지 못하고 몸을 사리는 ‘여당스런’ 모습을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비례대표 인선 과정에서 서민 정당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하고, 철저하게 계파 나눠먹기로 일관하면서 지역구 ‘쇄신 공천’의 효과를 반감시킨 점도 손 대표의 실책으로 꼽힌다.
손 대표는 이날 당권 불출마를 선언하면서도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을 예로 들며, “국가이익을 앞장서서 추구하며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일에는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순히 ‘평당원’으로 남아있지만은 않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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