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1일 오전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와의 총선 뒤 첫 청와대 정례회동에서 웃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 대통령, 강재섭 대표와 첫 주례회동
조기전대론 차단
‘조기 전당대회론’ 차단
조기전대론 차단
‘조기 전당대회론’ 차단
이명박 대통령이 11일 “친이(친 이명박), 친박(친 박근혜)이 나오니까 아직도 경선 국면이라고 생각하고, 착각하는 것 아니냐. 국내에 내 경쟁 상대가 어디 있느냐”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저녁 총선 중앙선거대책위원 15명을 청와대 상춘재로 불러 베푼 만찬에서 “친이, 친박이 어딨냐. 친이라 그러길래 ‘친 이재오’인 줄 알았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또, “국내에 내 경쟁 상대가 어디 있느냐. 내 상대는 외국 지도자들이고, (내 역할은) 국가 경쟁력을 올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근혜계 탈당 당선자들의 복당 논란이 계파 싸움으로 비치는 점을 의식해 당내 화합을 강조한 것이으로 풀이되지만, 오히려 박 전 대표 쪽을 자극할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이 대통령은 또, “청와대가 중립을 지키느라고 도와주지도 못했는데, 과반 의석을 만들었다. 고생이 많았다”며 총선 결과를 놓고 참석자들을 격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특히, 공천에서 탈락한 박희태·김덕룡·안택수·맹형규 의원을 한명 한명 거명한 뒤 “공천 탈락하신 선배들이 후배들을 도와주는 모습을 보여줘서 너무 아름답고 좋았다”는 말로 격려했다. 2시간 넘게 이어진 만찬에서 이 대통령은 직접 국내산 양주로 폭탄주를 만들어 5∼6순배나 돌리고, 일일이 참석자들의 빈 잔에 술을 따라 줄 만큼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이 대통령은 만찬이 끝난 뒤 녹지원 뜰까지 나와 이들을 배웅했다. 만찬에는 이날 오전 갑자기 부친상을 당한 강재섭 대표와 대표 비서실장인 정진섭 당선자, 공천에서 탈락한 정형근 최고위원, 낙선한 이방호 사무총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이 대통령은 강재섭 대표와 첫 주례회동을 열어, 주요 법안의 신속 처리를 당부하는 등 어수선한 당과 국회 분위기를 정리하고, 국정운영에 힘을 모으려는 모양새를 취했다. 이 대통령은 “언론에선 170석 정도를 예상했지만 나는 150석도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다”, “강 대표가 지역구도 포기하고 끝까지 총선 승리를 위해 노력했다”고 강 대표를 한껏 치하하며 강 대표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 대통령과 강 대표는 배석자들을 물리치고 20분간 독대를 했는데, 이 자리에서 현재 한나라당의 핵심 사항인 친박연대 등 탈당한 박근혜계 의원들의 복당 문제가 논의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통령과 강 대표는 또 당내 문제와 별도로, 5월 임시국회를 열어 각종 민생법안을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청와대가 총선 이후 여대야소 정국을 기반으로 18대 국회 전부터 강력한 국정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청와대가 5월 국회에서 처리를 희망하는 법안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인준안과 함께 여야가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합의했으나 아직 처리 못한 30여개의 법안이다. 미성년자 피해방지 처벌법(혜진·예슬법), 식품안전기본법, 군사시설 인근 개발법안, 낙후지역 개발촉진법, 특정 성폭력범죄자 전자팔찌 의무화법, 국립대학 국고회계 자율화법, 한국연구재단법 등이 이에 해당한다. 출자총액 제한제 폐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도 포함돼 있다.
류이근 조혜정 기자 h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