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좀…’ / 박상천 통합민주당 공동대표(오른쪽)가 18일 오전 서울 당산동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인사말을 한 뒤 당직자를 찾고 있다. 왼쪽은 손학규 공동대표.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당에선 “이미 실패한 카드”
당권포기 사실상 포기 해석
당권포기 사실상 포기 해석
박상천 통합민주당 공동대표가 당원의 참여도를 대폭 높이는 사실상의 ‘상향식’ 당 운영을 주장하고 나섰다. 박 대표는 과거 민주당 분당 때 ‘상향식’을 강력히 반대한 적이 있어,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이 많다.
박 대표는 18일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전당대회 이후 통합민주당은 한국 정당 사상 가장 획기적이고 효율적이고 민주적인 정당이 돼야 한다”며 “당원이 당의 성격과 정책 방향을 결정할 수 있고, 누구나 당원이 되고 쉽게 참여하는 정당, 밑으로부터 지도 체제의 구성이 결정되는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의 이런 말은 당비를 내고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당원들의 정당 활동을 보장했던 열린우리당의 ‘기간당원제’를 연상시킨다. 2002년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분당할 때 박 대표를 포함한 민주당은 이에 반대했고, 열린우리당은 찬성했다. 그러나 지난해 통합 과정에서 열린우리당 출신들은 이 제도를 실패한 ‘정치실험’으로 판단한 반면, 박 대표는 다시 이와 비슷한 카드를 꺼내 든 셈이다.
박 대표의 ‘당원 참여’ 구상은 일단 대의원 선출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종필 대변인은 “박 대표 제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중앙당이나 시도당에서 일방적으로 대의원을 뽑는 게 아니라 밑에서부터 대의원을 뽑는 방식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대의원 선출 권한을 당원들에게 주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옛 민주당 세력은 최소한 현재 당원 비중(통합신당의 3분의 1 수준 추정)만큼의 대의원 수를 확보할 수 있다. 옛 민주당 쪽에서 공천자를 많이 내지 못해 지역위원회 장악이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보면 최소한 ‘현상유지’는 가능한 셈이다. 또 예전 열린우리당 소속 기간당원들의 참여 열기가 시들해진 상황에서 응집력 높은 옛 민주당 소속 당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도 기대할 수 있다.
박 대표는 또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제가 사욕이 없기 때문에 이런 말씀을 드린다. 진심에서 우러나온 말이라는 점을 밝힌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당권 도전을 포기한 발언이라는 게 당 안팎의 해석이다. 대신 박 대표는 야당 몫의 부의장 자리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는 18대 국회가 개원되면, 김영진·김충조 당선인과 함께 민주당의 최다선(5선) 의원이 된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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