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추미애
민주당 당권경쟁 ‘양강구도’로
정세균
‘관리형’ 이미지 던지기
당내 각 계파 두루 접촉 추미애
대중적 인지도 무기로
개원 전까지 전국 순회 통합민주당의 차기 당권 경쟁에서 정세균 의원과 추미애 당선인의 양강 구도가 가시화하고 있다. 흔치 않은 ‘성 대결’인데다, 두 주자의 대조적인 입지와 엇갈린 행보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중성에서 앞서고 있는 추 당선인은 7일 대구에서 전국 민심 탐방을 시작하며 바람몰이에 나섰고, 정 의원은 당내 조직력 우위를 발판으로 조용히 기반을 다지고 있다. 추 당선인은 이날 경북대에서 ‘21세기 한국 경제의 진로와 리더십’을 주제로 특강을 했다. 이명박 정부의 쇠고기 협상과 한반도 대운하 추진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선명 야당의 지도자’ 이미지를 부각시키려 애썼다. 추 당선인은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은 제 당권 도전보다 민주당 지지층을 복원하는 것에 관심이 있다”고 말했으나, 사실상 당권 도전 출사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오는 30일 18대 국회 개원 전까지 ‘국민 속으로’를 내걸고 전국을 돌 예정이다. 열세인 당내 기반을 만회하기 위해, 대중적 인지도를 무기로 여의도 바깥에서 ‘변화’를 호소하겠다는 의도에서다. 민심 탐방의 첫 방문지로 고향인 대구를 택한 것은 영남 출신이라는 ‘희소 가치’를 부각시키려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당내에는 추 당선인의 리더십과 포용력이 부족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적지 않다. 정 의원은 상대적으로 느긋한 편이다. 당내 각 계파와 두루 접촉하며 물밑에서 세를 불리고 있다. 전당대회 경선규칙이 확정된 이후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안정적 관리형’ 이미지를 떨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제1야당 대표에게 어울리지 않는 이미지라는 평가에 부담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정 의원은 “내가 당 의장 때 사립학교법을 통과시키는 등 일을 많이 했는데, 왜 관리형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4선의 정 의원은 당 대표와 원내대표, 장관 등을 두루 지낸 경륜에다 당내 각 계파의 신망이 두텁지만, 대중성이 떨어지는 게 약점이다. 당직 선거에서 경선은 처음이라고 한다. 열린우리당과 ‘호남 출신’ 이미지도 부담스런 대목이다. 정세균-추미애 2파전이 굳어지면서, 당내 각 정파들의 계산도 복잡해지고 있다. 옛 열린우리당 중진과 일부 ‘386’ 의원 등은 정 의원을 중심으로 뭉치고 있다. 손학규계와 정동영계, 옛 민주계는 아직 일사불란한 단일대오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을 집단 탈당해 옛 민주당 쪽과 ‘소통합’을 했던 김한길 그룹은 독자세력화와 추 당선인 지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권 도전이 점쳐졌던 천정배 의원은 불출마 쪽에 무게를 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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