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표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한나라당 안에서는 아직도 ‘박근혜 총리론’의 불씨를 지피는 사람들이 있지만 정작 본인은 별 관심이 없다고 한다. 이유는 두 가지로 추정된다. 첫째, 이명박 대통령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경선 때의 앙금을 이 대통령이 지금도 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총리직을 제의할 가능성이 없다고 보는 것이다. 둘째, 추락하는 정권에 섣불리 동참해 함께 망가지고 싶지 않다는 계산이다. 물론 이명박 대통령이 ‘진심’으로 도움을 요청하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나설 수도 있다는 단서가 달려 있다.
박 전 대표는 최근 어려운 처지에 빠져 있는 지인에게 “어려울 때는 몸 건강히 잘 지내는 것이 가장 좋다”고 조언을 해 주었다. 현재 자신의 처지를 빗댄 것일 수도 있고, 자신의 인생 철학을 말한 것일 수도 있다.
박 전 대표와 가까운 한나라당 의원들은 요즘에도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불만을 거침없이 털어놓는다. 그러나 박 전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직접 불만을 토로했다는 소문은 들리지 않는다.
정치인들은 기본적으로 말로 정치를 한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가끔 무거운 침묵으로 메시지를 던진다. 이상한 정치인이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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