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 당대표에 출마한 정대철 후보(오른쪽부터)와 추미애 후보가 4일 오전 서울 당산동 당사에서 후보 단일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옛 민주당 주도로 “중도개혁” 강령채택
한-미FTA·민영화 관련 당론 가를 변수
한-미FTA·민영화 관련 당론 가를 변수
제1야당인 통합민주당은 중도정당인가, 진보정당인가?
전당대회를 앞둔 강령 개정 과정에서 민주당 내부에서 조용하지만 치열한 논쟁이 일었다.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의 노선을 놓고 ‘중도개혁’과 ‘중도진보’가 맞붙은 것이다. 일단 옛 민주당 계열이 강하게 주장한 ‘중도개혁’이 당의 강령으로 채택됐지만, 정체성 논쟁은 전당대회 이후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는 2개의 강령안이 올라왔다. ‘중도개혁’을 강조하는 것이 1안이었고, ‘중도진보’를 명시하는 것이 2안이었다. 중도개혁은 박상천 대표, 김충조, 신낙균, 최인기 최고위원 등 옛 민주당 출신들이 제시했고, 김상희 최고위원과 손학규 대표는 중도진보를 주장했다.
최종적인 당 강령은 “개인과 공동체, 시장과 정부, 자율과 책임, 사익과 공익의 조화와 균형을 통해 고른 경제성장과 서민, 중산층의 복지향상을 함께 추구하고,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는 중도개혁주의 정당임을 선언”한다는 내용으로 정리됐다. 기존 강령에서 ‘더 많은 기회, 더 높은 책임, 더 넓은 배려’와 ‘소외계층의 보호’라는 문구가 삭제되고 중도개혁의 개념이 더 상세하게 기술된 것이다.
중도개혁은 새천년민주당 때부터 이어져온 전통적 개념으로, 방점은 ‘중도’에 찍혀 있다. 세계화, 금융산업, 정부의 효율성을 강조하는 등 디제이피 연합으로 집권했던 김대중 정부의 정책노선을 정리한 것이었다는 게 학계의 평가다. 또 보수 이념을 포용하자는 뜻도 깔려 있다. 신당(열린우리당) 창당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2003년 6월 박상천 대표는 “왜 민주당을 지켜야 하는가”라는 주제의 공청회에서 “보수·중도 세력들은 신당에서 ‘잠정적 대동자’에 불과하고 끝까지 남은 사람들도 주변 세력으로 전락할 것이다. 민주당이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의 두 날개를 가진 독수리처럼 양측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반면에 중도진보는 ‘진보’를 강조한다. ‘중도’라는 것은 민주노동당과 비교해서 덜 왼쪽에 있다는 뜻일 뿐이다.
단순한 정치적 수사 같지만, 이번 정체성 논란은 민주당의 향후 대정부 투쟁에서 중요한 함의를 가진다. 중도냐, 진보냐에 따라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과 공기업 민영화 등 정부가 추진하는 주요 정책에서 민주당이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정체성 논쟁이 단순히 옛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대결구도로 전개된다고 볼 수도 없다. 이번 논쟁에서 홍재형 최고위원이 ‘중도’에 손을 들어줬듯이 열린우리당 출신의 보수적 의원들이 옛 민주당의 ‘전통적 가치’에 동의할 수 있다. 또 다른 형태의 ‘한 지붕 두 가족’ 상황이 연출될 수 있는 것이다.
시민사회 출신인 김상희 최고위원은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비판하는 상황에서 야당인 우리는 당연히 진보정당이어야 한다”며 “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서면 중앙위원회를 열어서라도 강령을 고쳐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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