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디수첩’ 피디 · 촛불집회 관계자 증인 채택 논란
국회가 여야 합의로 진행 중인 쇠고기 협상 국정조사가 정부의 비협조로 ‘빈껍데기’로 전락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민주당 특위 위원들은 지난 16일 대통령실과 외교통상부, 농림수산식품부, 보건복지가족부에 200여건의 문서 제출을 요구했다. 주로 한-미 정상회담과 쇠고기 협상 과정에서 부처간에 오고 간 문서 및 훈령, 정상회담 사전 조율 과정에서 생산된 공문 등이다.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 경위를 조사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자료들이다.
그러나 자료제출 기한으로 잡은 지난 21일까지 도착된 문서는 단 두 건이다. 국내 유사 광우병 신고 현황을 담은 복지부 문서와, 참여정부 시절인 지난해 11월17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회의에서 “월령 제한 없이 미국 쇠고기를 수입하기로 결정했다”는 내용의 회의록이다. 총리실 주재 회의록은 ‘참여정부 설거지론’을 뒷받침하는 문서다. 같은 해 12월24일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열린 회의에서 “‘30개월 미만’에서 양보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내려진 것에 비춰 보면 별 의미 없는 내용이지만, 일부 언론은 한나라당 의원실에서 이 자료를 제공받아 22일치에 비중 있게 다뤘다. 쇠고기 국정조사 특위 민주당 쪽 간사인 김동철 의원은 22일 국회 본회의 의사진행 발언에서 “국정조사에 합의한 지가 20일이 넘었고 5월 청문회 때부터 따지면 준비 기간은 2개월이 넘었는데 다른 자료는 안 보내면서 이 자료만 먼저 주는 이유가 뭐냐”며 “한나라당과 총리실은 국민 여론을 호도하는 언론 플레이를 그만두라”고 비판했다.
제출 ‘지연’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거부’도 이어지고 있다. 외교통상부는 △한-미 정상회담 직전인 4월17일 워싱턴 블레어하우스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소집한 긴급회의 내용 △지난 3월 외교부 장관이 미국에 다녀온 뒤 대통령에 보고한 서면 자료 △이 대통령의 방미 전 준비 실무자가 미국 쪽 상대방과 협의한 내용 △2월25일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과 이명박 대통령 면담 내용 등 8건의 자료에 대해 ‘핵심 기밀사안’이라며 제출을 거부했다. 외교부는 21일 민주당 의원들에게 공문을 보내 “이 문서들은 대외 공개될 경우 국가 안위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돼 국회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제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국정조사 특위 위원인 강기정 민주당 의원은 “국회 사무실에서 대외비 문서를 열람하고 있지만 2007년 1월부터 5월까지의 외교부 문서 정도여서, 쇠고기 졸속 협상 경위를 파악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며 “진실 규명을 위한 자료가 공개되지 않는다면 국정조사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이날 청문회에 출석시킬 40여명의 증인·참고인 명단에 잠정 합의했다. 그러나 쇠고기 협상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문화방송> ‘피디수첩’ 피디와 작가, 그리고 박원석씨 등 광우병대책회의 관계자들도 포함돼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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