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훈의원 ‘현직대통령 열람권’ 추진
“어느 정권이 제대로 기록물 남기겠나”
“어느 정권이 제대로 기록물 남기겠나”
김정훈 한나라당 의원이 전직 대통령 재임 때 생산된 ‘지정기록물’을 현직 대통령이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으로 대통령기록물관리법 개정을 추진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김 의원은 최근까지 언론에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은 국정운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것이 입법 취지인데도 불구하고, 보호기간(15∼30년)이 지정된 지정기록물의 경우 전직 대통령의 열람권만 인정해 현직 대통령의 국정운영 연속성과 국가적 중대사안에 대한 기록물 활용에 심각한 제한을 가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현직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의 지정기록물을 볼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겠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25일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현재 법안 제출 시기를 확정하지 않아 개정안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법안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자 속도를 조절하려는 인상이 읽힌다.
어쨌든 이런 움직임은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의 근본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다. 더욱이 이명박 정부가 전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반환한 기록물의 완결성을 확인할 수 없다며 참여정부 청와대 참모 10여명을 검찰에 고발한 데 이어, 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노 전 대통령 재임 당시 기록을 들춰보려는 이유라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김익한 명지대 기록관리대학원 교수는 “다음 정권이 지정기록물을 풀어버린다면 어떤 대통령이 정확한 기록물을 남기겠냐”며 “이명박 정권은 노 전 대통령의 기록물을 정치적 무기로 쓰려 해선 안 된다. 당장 입법을 중지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여권이 국회 쇠고기 국정조사 자료 제출은 거부하면서 기록물관리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비판받고 있다. 송영길 민주당 최고위원은 “현 정부가 노 전 대통령 쪽 참모들은 (문서 관리를 문제삼아) 고발하면서 국정조사 특위가 요청한 문서는 제출하지 않고 있다”며 “치졸하고 편협한 조처”라고 말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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