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안 찬성안해 예결위 불참” 강력 반발
홍준표 대표엔 ‘문책론-대안부재론’ 엇갈려
홍준표 대표엔 ‘문책론-대안부재론’ 엇갈려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실패 책임 문제를 두고 한나라당에서 내홍이 벌어지고 있다. 당지도부가 예결위 불참의원 징계론을 펴자, 당론 자체가 부적절했다며 정면으로 반기를 드는 의원들마저 나오고 있다.
친이명박계인 공성진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15일 “예결위원들이 자신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며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예결위 불참 위원들에 대한 윤리위 회부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12일 밤 예결위원회에 여당 의원들이 7명이나 불참해 의결정족수에 미달한 만큼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친박근혜계 유승민 의원은 이날 “지역구 때문에 예결위에 불참한 게 아니라,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에 대해 찬성하지 않기 때문에 불참했다”며 ‘소신 불참론’으로 맞섰다. 유 의원은 이날 언론에 보낸 전자우편을 통해 “전력과 가스를 공급하는 독점기업에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은 잘못된 정책이며, 9월8일 예결특위에서 정부 스스로도 잘못을 인정했다”며 “보조금을 주면서까지 요금 인상을 막는 것이 오히려 자원 배분을 더 왜곡한다”며 정부의 추경안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영남권 한 초선 의원도 “그날 본회의 대기명령을 받은 의원들 가운데도 40여명이 지역구로 내려갔다”며 “예결위 불참자만 문제 삼을 경우 형평성 논란이 일 것”이라고 인책론에 반대했다.
홍준표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는 한층 민감한 쟁점이다. 추경안 실패 직후 원내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힌 홍 대표는 자신의 거취에 대해 “내일(16일) 의총에서 나오는 결과대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친이 진영 안에서조차 그의 진퇴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친이계 한 재선의원은 “홍 대표는 그동안 실책을 거듭했다”며 “친이 진영 내부에는 지금이 홍 대표를 물러나게 하고 친이 세력 중심으로 당을 재편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정서가 있다”고 말했다. 이미 친이계인 김용태 의원은 홍 대표 퇴진을 요구한 바 있다.
문제는 홍 대표를 대체할 뚜렷한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친이계 다른 한 의원은 “원내지도부가 문제가 많고, 바꿔야 할 필요성도 크다”면서도 “더 나은 대안을 찾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친이 진영 내부에서 홍 대표를 교체하고 친이 쪽 인사로 원내대표를 세울 경우 친박 진영의 반발로 뜻하지 않은 내홍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고, 청와대와 손발을 맞춰 온 임태희 정책위의장까지 함께 교체해야 한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한나라당 안에서는 홍 대표의 돌출 행동과 어설픈 일처리는 호되게 비판하되, 정기국회가 끝난 뒤 그를 교체하자는 기류도 형성되고 있다. 실제, 친이계 안형환 의원은 이날 당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전장에서 싸우는 장수를 바꿀 수는 없다”면서도 “홍 대표도 이젠 변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내뱉었다. 그는 홍 대표의 연말 당정개편론, 개원 당시 정치회담 주장을 거론하며 “항명이며 월권”이라고 주장한 뒤 “국가와 당의 운명을 좌우할 만한 결정과 발언이 더 이상 없어야 한다”고 그를 정면으로 겨눴다.
한편,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한나라당이 민주당과 합의를 다 해놓고 표결을 강행한 것은 후안무치한 일이자 무도하고 오만한 정당임을 보여준 것”이라며 “헛발질을 했으니까 (한나라당이) 값을 치러야 한다. 다시 협상할 때는 민주당이 요구한 민생예산을 좀더 반영해줘야 한다”고 한나라당을 압박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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