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원화 폭락·외환보유고 축소 일제히 비판
“1달러 아끼려고 실기해선 안돼” 시종 정책옹호
“1달러 아끼려고 실기해선 안돼” 시종 정책옹호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과천정부청사 기획재정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야당은 물론 일부 여당 의원들도 정부의 외환시장 정책을 질타했다. 그러나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결코 고환율 정책을 추진한 적이 없다”고 맞섰다.
김종률 의원(민주당)은 “정부가 경상수지 개선을 염두에 두고 지난 3월 고환율 기조를 시사한 것을 신호로 역외세력이 베팅하면서 원화 폭락을 부채질했다는 지적이 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환율 폭탄’이 터지고 물가가 고공행진하면서 재정부가 태도를 바꾼 것은 시장이 다 안다”며 “정부가 여러 차례 (외환시장에) 개입했지만 다음 날 제자리로 돌아가면서 유독 원화 가치만 폭락하는 추세를 막지 못했다”고 책임을 추궁했다.
오제세 의원(민주당)도 “현 정부는 미세조정보다는 개입주의를 표방하면서 스스로 급격한 변동성을 만들어놓고 이후 뒷수습에 급급하는 등 오락가락 정책을 폈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안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김성식 의원(한나라당)은 “환율 정책이 처음에는 경상수지, 다음에는 물가를 목표로 하면서 수백억 달러의 외환보유액이 사라졌다”며 “새 정부 경제팀이 환율을 거시정책의 종속변수로 활용 안 했다면 (외환보유액을) 좀 더 아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무리한 외환시장 개입(환율개입)을 저금리, 저세율과 함께 현 경제팀의 3대 ‘구발전 노선’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상수지 추이로 볼 때 환율이 어디로 움직일지 알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한 발언 외에는 외환시장에 영향을 주는 발언을 한 적이 한번도 없다”며, 고환율 정책을 추구한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강 장관은 “외환보유액이 줄어든 것은 (달러를 팔아가며) 저환율 정책을 추진했다는 증거가 아니냐”며 의원들의 비판에 반발하기도 했다.
강 장관은 “유가가 안 오른 상태에서의 정책과 오른 상태에서의 정책이 똑같을 수는 없다”며 정부가 처음에는 고환율을 바라는 듯하다 강력한 매도 개입으로 돌아선 것을 옹호했다. 또 외환 시장 개입 과정에서 외환보유고가 줄어든 데 대해 “최대한 아껴야 하고 한국은행 총재와도 1달러라도 아끼자는 전제 하에서 (정책을) 하자고 했지만 1달러를 아끼려고 실기해서는 안된다”며 “중국, 일본도 보유액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으며 보유액은 이럴 때 써야 한다”고 말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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