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수 총리(오른쪽)와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종부세 개편 방안을 논의하고자 열린 고위당정회의 시작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강부자 대변당 안된다” 홍준표등 거세게 비판
예산안등 법안처리도 급해 ‘정무적 후퇴’ 분석
예산안등 법안처리도 급해 ‘정무적 후퇴’ 분석
20일 종부세 관련 고위당정회의 결론은 종부세의 운명을 홍준표 원내대표의 손에 맡겼다는 것이다. 종부세 개편 방향을 놓고, 껍데기만 남기려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최소한의 틀은 유지하려는 홍준표 원내대표가 맞선 상황에서 ‘심판’인 한승수 국무총리는 홍 원내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강만수 장관을 중심으로 한 정부는 헌재 판결 뒤, 과세기준 9억으로 완화, 종부세율 0.5~1%로 인하 등을 밀어붙였다. 당에서는 임태희 정책위의장 등도 강 장관 쪽에 기울었다. 그러나 홍준표 원내대표, 남경필·김성식·황영철 의원 등이 “강부자 대변당은 안된다”고 맞서며 “헌재 판결에 충실한 수준의 보완”을 주장하고, 중립지대에 있던 박희태 대표까지 이를 거들고 나서자 더이상 정부안을 고수할 동력을 잃었다.
강 장관은 이날 고위당정회의에서도 지난 9월 제출한 정부안을 다시 꺼내들었다. 당내 이견을 감안해 한나라당 지도부가 17일 마련한 △종부세율 인하폭 축소 △과세기준 6억원을 유지하되 1가구1주택 부부에 한해 3억원의 기초 공제 인정 등의 절충안도 수용할 수 없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그러나 강 장관의 이런 태도에 대해 홍 원내대표는 “기획재정부가 종부세 개편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하는데 정부는 기능적 판단을 하는 곳”이라며 “고도의 정무적 판단은 당에 맞겨야 한다”고 압박을 가했고, 박 대표도 지원사격을 폈다. 이에 애초 강 장관 편으로 알려졌던 한 총리가 결국 힘에 밀려 “당에 조정권을 일임하자”며 물러선 게 이날의 회의 사정이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정부의 태도 변화는 정기국회에서 예산안과 경제관련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박희태 대표가 “종부세를 장기적으로 없앨 필요는 있지만 당장 급한 것은 아니다. 이번 국회에서 급한 것은 법개정”이라며 홍 원내대표를 거들고 나선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일단 정부가 한나라당에 국회와 정부의 의견조정권을 일임하면서 정부가 지난 9월 국회에 낸 정부안은 사실상 물건너간 분위기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당장 지난 17일 당 핵심지도부 회동에서 의견을 모은 절충안을 21일 의원총회에 제시하고 추인받은 뒤 대야 협상에 나설 태세다.
그러나 이 절충안 대로 여야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당장 민주당이 과세기준, 종부세율 등을 현행대로 유지하자고 맞서는 만큼 절충안에 대한 추가 협상이 불가피하다.
때문에 한나라당 안팎에서는 당 지도부가 내놓은 1가구1주택 부부에 대한 3억원의 기초공제 허용, 종부세율 인하 폭 축소보다 더 양보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홍 원내대표도 이날 “과세기준을 비롯해 세율, 1주택 장기보유자 감면 기준 등을 놓고 야당과 협상을 벌이겠다”며 “일방적으로 처리하지 않겠다”고 문을 열어놨다.
한편, 한나라당 안에서는 21일 의원총회에서 당론을 확정하지 말고 홍 원내대표에게 협상권한을 일임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홍 원내대표의 운신폭을 넓혀주자는 것이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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