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의원들의 방송 출연 창구를 단일화하는 등 당내 ‘입단속’에 나서면서 의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 8일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한선교 당 홍보기획본부장을 ‘스핀 닥터’(정치홍보전문가)로 임명해 의원들의 방송 출연을 총괄하도록 했다. 한 의원은 방송국에서 출연요청이 올 경우, 원내대표·정책위의장과 협의해 적임자를 추천하게 된다. 한나라당은 각 의원실에도 공문을 보내 “개별적으로 의원 섭외가 이뤄지면서 당에 불리하게 진행되는 경우가 있다”며 방송 3사의 텔레비전·라디오 프로그램은 당 홍보국 미디어팀에서 출연 섭외를 결정하도록 했다. 한나라당은 최근 수도권 규제완화와 종부세 문제, 심지어 친이-친박 갈등까지 온갖 현안에 대한 이견이 방송을 통해 불거지자, ‘출연창구 단일화’를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의원들은 “당내 민주주의를 해치는 일”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 초선의원은 “토론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하나의 당론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민주주의 아니냐”며 “의원들의 생각을 통제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재선 의원도 “의원들이 어린애도 아닌데, 개인 소신을 표현 못하게 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발상”이라며 불쾌해 했다. 결국 이러한 ‘관리’가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 당직자는 “예전에도 의원들의 방송출연을 통제하려는 시도가 있었는데, 대부분 의원들이 무시했다”며 “이번에도 큰 효과는 거두지 못할 것”이라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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