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국회의장이 29일 국회에서 농성 중인 민주당 의원들을 강제해산하고, 다음달 8일 이른바 ‘엠비(MB) 악법’을 직권으로 상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민주당은 이를 ‘야당에 대한 선전포고’로 규정하고, 의원들을 잇는 ‘인간 사슬’로 국회의장석을 지키겠다고 나섰다. 이에 따라 이르면 30일로 예상되는 국회의장의 경호권 발동이 정국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의장은 이날 부산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사당 내 점거농성을 29일 밤 12시까지 조건 없이 풀고, 모든 시설물을 원상복구시킬 것을 요구한다”며 “그러지 않으면 여야를 불문하고 국회법 절차에 따라 국회의장으로서 취할 수 있는 모든 질서회복 조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점거농성을 풀지 않으면, 30일 이후 경호권을 발동해 강제해산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그는 “국회의 모든 회의장과 사무실이 누구에 의해서도 점거·파괴당하지 않도록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의장은 이어 여야 지도부에 다시 한번 대화를 촉구한 뒤 “만약 대화와 합의가 없는 현상황이 지속된다면 국회의장으로서 마지막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며 “직권상정 문제를 포함해 저의 양심에 따라 행동하겠으며, 그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제가 지겠다”고 말했다.
국회의장실 한 관계자는 “이번 임시국회가 끝나는 1월8일까지 여야간에 대화와 타협이 이뤄지지 않으면 직권상정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며 “직권상정 법안에는 여야 쟁점법안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김 의장은 또 “여야 3당이 민생법안 처리에 이견이 없으므로 우선 31일 본회의를 열어 여야 합의된 민생법안을 처리하겠다”고 여야에 제안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조정식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내어 “직권상정 불가 약속 없이 민주당에게 일방적으로 본회의장을 비우라는 것은 한나라당의 입장을 대변한 것으로,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 박승흡 대변인도 “의장의 제안은 중립을 가장한 무장해제 요구로, 중재자의 역할이 아닌 사실상 한나라당 입장에서의 최후통첩”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경호권 발동에 대비해, 의원들의 몸을 등산용 밧줄로 연결해 국회 경위들을 동원한 강제해산에 맞설 계획을 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도 김 의장의 제안에 불만을 나타냈다. 조윤선 대변인은 “의장의 제안은 민주당의 일방적인 대화 거부가 지속되고 폭력으로 점거하는 상황을 너무 안이하게 보는 것 같다”며 “국민은 금년내 종지부를 찍으라는 것이며 새해에도 몸싸움이 있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혜정, 부산/신동명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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