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민주 전열 재정비
2일 원내대표 회담 결렬로 쟁점법안 처리가 혼미 속에 빠진 가운데, 이날 저녁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는 협상 무용론 등 대책없는 강경 목소리들이 터져 나왔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이날 토론에 앞서 “오늘은 의원님들의 토론을 무제한으로 듣겠다”며 여야 원내대표 사이 ‘가합의안’에 의견 제시를 요청했다. 그러나 의원들은 이에 대한 논의 자체를 외면함으로써 여야 가합의안을 무력화시키고, 대신에 김형오 국회의장을 성토했다.
심재철 의원은 “처음부터 민주당 의원들을 (본회의장에서) 들어내고 대화했어야지, 처음부터 대화한게 문제”라며 김 의장을 공격했다. 손범규 의원은 본회의장 점거를 해제하기 위한 ‘8대 지침’까지 설명하며 강경론을 폈다. 권경석 의원도 “85개 법안은 대국민 약속으로 절대 양보해선 안 된다”며 직권상정을 주문했다.
반면, 김성태 의원은 ‘민무신 불립’(국민의 신뢰가 없으면 나라의 근본이 설 수 없다)이라는 공자의 말을 인용하며 “어려운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민 대통합이 우선”이라며 “조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대화로 풀자”고 강조했으나, 동조하는 이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야당과의 협상안은 사실상 거부했지만, 협상책임자인 홍 원내대표에 대한 ‘책임론’은 제기하지 않았다. 또 김형오 국회의장한테 질서유지권과 직권상정을 요구하는 등 사실상의 ‘물리적 충돌’을 주문하면서도, 자신들이 직접 “몸싸움은 절대로 하지 않겠다”는 이중성을 보였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과 저녁에 열린 두 차례 의원총회에서 원내대표단이 절충의 틈새를 열어젖히지 않도록 ‘원칙론’을 재무장시켰다. 의총에선 “협상에 최선을 다하되 조급하게 서두느라 원칙을 저버려선 안 된다”는 주장이 쏟아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세균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방송법 등 언론 관계법은 시한을 두지 않는 합의처리에서 한치도 양보할 수 없으며,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안도 서둘러선 안 된다”며 당론 후퇴 가능성을 차단했다. 민주당은 또 장기농성으로 탈진해 감기 환자가 많아지자 이날 당대표실에 ‘야전병실’을 차려 운영하는 등 ‘장기전’에 대비했다.
최혜정 송호진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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