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국 국회 정보위원회 위원장과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11일 오후 원세훈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 채택안건으로 열린 정보위원회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여당에서도 우려
“시대 흐름에 맞는 국정원장은 아닐 것 같다.”(한나라당 수도권 재선 의원)
“땅 문제는 잘못했다고 말하면 되지 왜 그렇게 해명을 못하고 말이 많냐?”(한나라당 정보위원)
원세훈 국정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다음날인 11일, 한나라당 안에서조차 원 후보자의 답변 내용과 태도에 대한 실망감이 터져나왔다. 국가 최고 정보기관의 수장 노릇을 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이 드러났다는 인식의 표현이다.
원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공직을 처음 시작한 강원도는 북과 맞닿은 최전선으로, 남다르게 안보의 중요성을 일깨운 계기가 되었다”고 발언했다가, 정몽준 의원으로부터 “강원도에서 근무하면 안보의식이 있고 경상·전라는 안보의식이 없느냐”는 핀잔을 들었다. 원 후보자가 대북문제에 대해 정보와 인식이 부족한 것도 여당 의원들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최병국 정보위원장이 청문회장에서 “남북교류, 경제지원 등 북한으로 가는 돈이 얼마나 되는지 아느냐”고 묻자, 원 후보자는 “금강산 같은 경우도 있고 개성공단도 있는데, 민간 차원에서 꽤 많은 액수이고…”라며 얼버무렸다. 이에 최 위원장은 “14조원쯤 되는데 나중에 국정원 가시거든 알아보시고…”라며 근근이 수습했다.
“체제전복 세력에겐 정치가 침투 대상이 되기 때문에 정치정보 수집을 안 할 수가 없다”는 발언도 책잡혔다. 한나라당의 한 정보위원은 “정치정보도 수집해야 한다는 게 국정원의 입장일 순 있지만, 왜 체제전복 세력 방어 등의 표현을 써가며 논리적 비약을 하느냐”며 혀를 찼다. 전날 청문회에서 가급적 원 후보자를 감싸주려 했던 홍준표 원내대표도 이날 <한국방송> 라디오에서 “30년 공직생활을 했기 때문에 적응을 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정보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국정원장으로서 아직은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보였다”고 꼬집었다.
허위 등기 논란이 일고 있는 경기도 포천 땅에 대한 궁색한 해명도 여당 의원들을 부글부글 끓게 만들었다. 원 후보자는 야당 의원들이 이 문제를 파고들자 “집안 내부의 일이라서…” “잘 모르겠다”는 답으로 일관했다. 결국 인사청문회 말미에 이르자 최병국 정보위원장조차 “왜 말을 빙빙 돌리며 그런 식으로밖에 답을 못하냐”고 호되게 질책했다.
친이로 분류되는 영남권의 한 의원은 “국정원이라는 데가 참 간단한 조직이 아닌데… 내가 대통령이라면 그런 인사를 하지 않을 텐데…”라고 말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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