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부평 ‘공천 빅딜’까지 거론하며 압박
친박은 부정적 반응…미묘한 갈등기류
친박은 부정적 반응…미묘한 갈등기류
“박사모 회장의 경주 방문은 박근혜 전 대표와 무관하다. 회장 개인의 행동일 뿐이다.”
20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핵심 측근 의원은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정광용 박사모 전국회장이 이날 경주 재선거에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정수성씨 선거사무실 개소식에 참석한 것을 지난 총선후보 공천 때 이른바 ‘친박대학살’의 주역으로 지목된 정종복 전 의원에 대한 견제로 해석하지 말라는 해명인 셈이다. 그러나 친 이명박계 의원들은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다. 친이계 한 의원은 “이런 미묘한 시점에 왜 박사모 회장이 거길 가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여야가 치열한 승부전을 펼칠 4·29 재선거가 다가오자, ‘선거의 여인’으로 불려온 박 전 대표의 ‘의중’과 ‘동선’이 또다시 여권의 미묘한 갈등 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친이명박계에서는 여야가 힘겨운 승부를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4·29 재선거 승리를 위해 박 전 대표의 지원유세를 끌어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친이계 한 의원은 “재선거에서 이기려면 대중성과 득표력을 갖춘 박 전 대표의 지원이 핵심인데, 그가 나와줄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친이계 일각에선 이른바 ‘친박-친이 빅딜설’까지 거론된다. 경주에는 친이쪽 정종복 전 의원을 공천하되, 부평을에 친박계 인물을 공천해 박 전 대표의 지원을 받아내자는 것이다.
박 전 대표쪽은 친이계의 이런 압박에 일단 부정적 반응을 보인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 의원은 “이번 재선거를 당 지도부 중심으로 치러야 한다는 게 박 전 대표의 생각”이라며 “경제난과 복잡한 여야관계를 고려할 때 박 대표가 유세에 참여해 판을 키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선거 판세가 한나라당에 불리하게 전개될 경우, 박 전 대표의 처신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안국포럼 출신의 친이직계 한 의원은 “박 전 대표가 당 대표시절 계파정치 타파를 외쳤던 분 아니냐”며 “공천심사위원회에서 공정하게 후보를 정하면, 득표력이 있는 당의 지도자는 그 후보를 돕는 게 정치적 도의”라며 박 전 대표를 압박했다.
박 전 대표쪽도 이런 부담 탓에 경주의 정수성 후보와 깊이 엮이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한 영남권 재선 의원은 “지금은 박 전 대표가 경주에 가느니 마느니를 놓고 시끌시끌하지만, 선거가 본격화되면 현재 정 후보가 현수막 등에 내걸고 있는 박 전 대표 사진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승근 이유주현 기자 skshin@hani.co.kr
신승근 이유주현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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