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 한나라당 의원이 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본21’ 주최 토론회 도중 최근 여권 상황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담아 한 언론사 기자에게 보냈던 문자메시지를 다시 확인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대통령·당대표가 내민 손 거부 당하자 곤혹
당내 갈등 가속 전망…일부는 ‘떠보기 계속’
당내 갈등 가속 전망…일부는 ‘떠보기 계속’
7일 오전 미국서 날아온 ‘차가운’ 소식에 이명박계(친이) 의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미국을 방문중인 박근혜 전 대표가 친이 쪽의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 움직임에 제동을 걸면서 친이 쪽은 종일 박 전 대표의 진의가 뭔지, 이후 당에 미칠 파장이 어떻게 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박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한 친이 쪽의 반응은 크게 ‘반발’과 ‘신중’ 두 가지로 갈린다. 우선 박 전 대표가 명시적으로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에 대한 반대 뜻을 밝힘으로써 당의 화합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반발 정서가 강하다. 대통령과 당 대표가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라는 화합의 손을 내밀었는데도 이를 거부해 결과적으로 당의 분열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비판이다. 박 전 대표가 손잡기를 거부한 이상 친이 중심으로 진용을 짜서 집권 2년차를 돌파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친이 쪽의 한 핵심 당직자는 “김 의원을 원내대표로 추대하는 것이 친이-친박의 화학적 결합을 위한 기폭제 구실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한쪽이 거부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이제는 국민만 바라보고 단합보다는 쇄신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반면 “섣불리 단정할 필요가 없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박 전 대표의 발언이 ‘김무성 원내대표론’ 자체에 대한 반대라기보다는 마치 윗선에서 원내대표를 임명하는 듯한 모양새로 나온 것에 대한 불만이라는 해석이다. 실제로 친박 쪽에서는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를 국정의 동반자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김 의원을 원내대표로 추대하는 것으로 ‘할 일 다 했다’며 생색만 낼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친이 일부에선 “우리가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며 설득 작업을 펴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김 의원을 원내대표로 추대하는 안은 이미 지난 연말부터 친이 내부에서 폭넓은 공감대를 얻었던 것인데 박 전 대표가 오해한 것 같다”며 “박 전 대표가 미국서 돌아와 의원들의 진의를 알게 된다면 (친이 쪽의) 진정성을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로선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 외에는 별다른 화합책이 없다는 것도 ‘김무성 카드’에 매달리는 이유다. 친이 직계의 한 의원은 “다른 대안이 없지 않느냐”며 “친박 의원들을 상대로 설득 작업을 벌여나가겠다”고 밝혔다.
친이-친박의 계파 문제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오는 11일 박 전 대표가 미국에서 돌아온 뒤에 더 또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열쇠를 쥐고 있는 박 전 대표의 정확한 뜻이 파악돼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귀국 후에도 박 전 대표가 지금과 같은 태도를 계속 유지할 경우 친이-친박의 갈등의 골은 회복하기 어려운 단계로 접어들지 모른다. 한 재선 의원은 “한나라당이 아닌 ‘두나라당’으로 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가 ‘김무성 카드’를 계속 거부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의원들 사이의 공감대가 확인될 경우 이를 거부할 만한 명분을 찾기 어려운 탓이다. 한 수도권 초선 의원은 “미국서 돌아왔을 때 의원들이 추대하는 분위기가 됐는데 그걸 굳이 하지 말라고 할 순 없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이와 함께 친이 쪽에서는 박 전 대표가 ‘김무성 카드’를 받든 거절하든 크게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라는 생각도 적지 않다. 오는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공천권을 쥐고 있는 사무총장이 ‘실세’이고 원내대표는 별다른 권한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친이 쪽 한 당직자는 “김 의원이 원내대표가 되면 사무총장을 비롯한 나머지 주요 당직은 친이 쪽이 틀어쥐게 될 것”이라며 “‘김무성 카드’를 친박계가 받지 않더라도 어쨌든 할 일은 다 했다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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