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4일 용인시 풍덕천동 에너지관리공단 대회의실에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 참석,회의실에 들어서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연찬회 ‘민심이반’ 수습책 봇물
‘민주당 지지율>한나라’ 여론조사 발표에 큰 동요
“대표 10번 바뀌어도 대통령 안바뀌면 소용없다”
“청와대관계자 말이 대통령 뜻인가” 참모 비판도
‘민주당 지지율>한나라’ 여론조사 발표에 큰 동요
“대표 10번 바뀌어도 대통령 안바뀌면 소용없다”
“청와대관계자 말이 대통령 뜻인가” 참모 비판도
4일 경기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한나라당 국회의원 연찬회의 화두는 반성과 책임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확산되고 있는 ‘민심 이반’이 이명박 대통령 취임 1년 반 만에 닥친 집권세력에 대한 엄중한 경고라는 위기의식 속에서 활로를 찾기 위해 모인 자리였다.
■ 진단엔 공감
의원들은 ‘반정부 정서’의 원인이 현 정부의 편향적이고 일방적인 국정운영 기조에 있다는 데는 별 이견을 달지 않았다. 종합부동산세 무력화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로 대표되는 부유층 친화 정책, 서울광장 폐쇄로 대표되는 강압적인 ‘공안정국’ 조성 등이 국민들의 마음을 돌아서게 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터져나왔다. 특히 이날 연찬회에서 민주당 지지율(23%)이 한나라당(21.1%)을 앞섰다는 당 쇄신위의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의원들은 크게 동요하는 모습이었다.
전여옥 의원은 “현재 여론조사 결과는 한나라당이 말기암으로 가는 진단서를 받은 것”이라고 한탄했다. 김성식 의원은 “인적쇄신과 더불어 국정·정책기조 변화가 모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영남권 일부 의원을 중심으로 여론조사는 가변적인 것인데 너무 연연해할 필요 없다는 의견도 나왔지만, 소수였다.
■ 해법은 제각각
그러나 해법은 달랐다. 당과 정부, 청와대의 쇄신까지는 공감했지만, 그 내용과 범위를 두고선 ‘지도부 사퇴 뒤 조기 전당대회’를 치르자는 안과 ‘대통령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갈렸다.
친이 쪽 소장파 등은 우선 지도부 사퇴를 통해 당이 먼저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택기 의원은 “저는 이명박 정권의 졸개인데, 그 졸개가 쇄신을 들고 나왔다. 모두가 죽는 더 큰 두려움을 몰고 와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괴롭지만 이것이 대통령을 위한 충정이라고 생각한다”며 지도부 ‘용퇴’를 거듭 주장했다.
이에 대해 지지율 하락은 지도부 책임이 아니라, 당과 청와대에 대한 그동안의 실망이 그대로 표출된 것이라는 주장이 맞섰다. 이종혁 의원은 “문제의 본질은 대통령에게 있다. 대표가 열 번 바뀌어도 대통령이 안 바뀌면 소용없다”고 말했다. 문제의 본질인 이명박 대통령의 일방적인 국정운영 기조가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 당 지도부 사퇴는 쇄신의 본질을 흐리는 임시방편이라는 것이다. 지도부 사퇴론을 두고 ‘친이 찬성, 친박 반대’ 양상이 전개되자 정두언 의원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자청해 “현 체제에 안주하고 있는 기득권층이 지도부 사퇴에 반대하고 있다”며, 박 대표와 청와대, 친박 쪽을 한데 묶어 공격했다.
■ 희미한 결론
결국 이날 연찬회에서 의견은 분출됐지만, 쇄신의 행로는 더욱 불투명해졌다. 쇄신 대상으로 지목된 청와대는 부정적인 입장이고, 박희태 대표도 자리에 연연해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이날 연찬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의원들의 요구는) 책임론이 아니라,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달라는 것이었다”며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쇄신 요구가 무산될 경우 당은 극심한 내홍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 당장 지도부 사퇴를 촉구했던 쇄신특위는, 이미 지도부 사퇴를 포함한 쇄신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활동을 끝내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김성식 의원은 “지도부가 용퇴하지 않으면 쇄신위도 해체해야 한다”며 “이제까지는 질서있는 논의였지만 이후에는 거친 쇄신운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청와대 ‘참모’ 정면 비판
전날 이 대통령이 “밀리는 쇄신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는 보도를 놓고, 의원들이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을 비판했다. 남경필 의원은 “청와대 관계자라는 익명에 숨어, 청와대가 당의 쇄신 요구를 묵살한다는 발언이 나왔는데 이것이 과연 대통령의 뜻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특정 개인이 의도적으로 의견을 바깥에 흘리는 행위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이 대변인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정태근 의원도 “공식적으로 브리핑되지 않은 내용을 언론을 상대로 고의적으로 흘리면서 자기 정치를 하는 참모는 그동안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에 이 대변인을 연찬회에 불러 세우자는 주장이 나오는 등 의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안상수 원내대표가 청와대 발언의 진의를 확인하겠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최혜정 김지은 기자 idun@hani.co.kr
붐을 겪고있는 한나라당이 4일 오후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국회의원 연찬회를 열고 있다. 친박계 의원으로 분류되는 이정현 의원이 비공개열리는 자유발언에서 열변을 토하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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