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지도부 사퇴 및 조기 전당대회 개최 요구에 대해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에 소장파들이 ‘집단행동’에 나서겠다며 반발하고 있어, 당내 극심한 내홍이 예상된다.
박 대표는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최고위원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근본적인 문제 해결 없이, 원천적인 화해 없이는 당이 한 걸음도 못 나간다”며 “그것을 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 대표로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의 화합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으로, 당분간은 사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한 것이다.
박 대표는 “지금 우리 당이 승부처를 맞이하고 있다. 장고가 필요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거듭 밝혔다. 그는 또 “조만간 전체 의원들과 함께 청와대에서 조찬이나 만찬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서 최고위원들은 박 대표가 사퇴할 경우 지도부 역시 모두 물러나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고위원들은 “친이-친박의 화합이 전제되지 않은 쇄신은 의미가 없다”며 ‘즉각 사퇴’ 요구엔 반대 입장을 분명히했다. 이에 당 지도부 사퇴를 통해 당·정·청 쇄신의 물꼬를 터야 한다고 주장한 소장파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초선의원 모임 ‘민본21’의 간사인 김성식 의원은 “지도부 사퇴에 대한 의원들의 요구가 이미 확인됐다”며 “지도부 용퇴를 다시 요구한 뒤, 다음주 초까지 가시적인 결과가 없으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정풍운동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최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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