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원내대표 카드’ 거부 이후 관계가 서먹해진 것으로 알려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오른쪽)와 김무성 의원이 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여의포럼 1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나란히 앉아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운데 뒷모습)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소장파, 쇄신특위 접고 농성까지 불사 태세
청와대·당 지도부는 ‘책임 수건돌리기’ 계속
청와대·당 지도부는 ‘책임 수건돌리기’ 계속
박희태 대표 등 한나라당 최고위원들이 5일 간담회를 열어 ‘지도부 사퇴’ 요구를 사실상 거부해, 쇄신을 둘러싼 여권 내부의 분열과 갈등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특히 당 지도부 총사퇴로 당·정·청 쇄신의 물꼬를 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분노한 민심을 달래려던 한나라당 쇄신위원회와 소장파들이 정풍운동을 경고하고 나서 전면전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있다.
박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들은 “지도부 총사퇴는 쉽지만 무책임한 선택”이라는 이유로 사퇴를 거부했다. 조기 전당대회를 두고 ‘친이 찬성, 친박 반대’로 계파갈등이 심화되고,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 사이에 불신이 깊은 상황에서 자신들이 사퇴해도 당을 책임질 지도부 선출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최고위원들은 이날 간담회에서 “현 상황에서 지도부 총사퇴는 당을 더 위기와 분열에 빠뜨리는 것”이라며 “이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의 화해를 위한 가교 역할을 통해 둘 사이에 앙금을 푼 뒤 물러나자”고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도부 사퇴를 요구해온 쇄신위와 소장파들은 결국 박 대표와 최고위원들의 자리 보존 욕구가 반영된 구실일 뿐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 쇄신위원은 “‘지도부 총사퇴가 불가능하다면 박 대표 본인이라도 용퇴해 대행체제를 구성하고, 임명직 최고위원(송광호·박재순)을 교체하라’는 쇄신위의 마지막 요구마저 거부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전면적인 정풍운동을 예고했다. 지난 2일 ‘박희태 대표 사퇴와 조기전당대회’를 공개 요구한 ‘7인 회견’에 참여했던 김용태 의원도 “당 지도부가 변화를 거부하는 걸 이해할 수 없다”며 “고름을 짜내기 위해 뜻을 함께하는 의원들과 행동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원희룡 쇄신위원장은 이날 “당 지도부가 책임지는 모습을 거부할 경우 쇄신특위 활동을 종료하고,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변화를 위해 모든 것을 건 행동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박 대표에게 다음주 초까지 사퇴할 것을 요구하고, 계속 거부할 경우 퇴진 서명, 농성 등을 통한 물리적 압박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의 움직임에 대해 당 일각과 청와대의 반감도 커 전면쇄신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당장 조해진 의원 등 일부 친이직계 의원은 “‘대통령과 청와대가 바뀌어야 한다는 식으로 책임과 해결의 주체를 몰아가는 것은 걱정스럽다”며 “박근혜 전 대표도 당무에 참여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박 전 대표 동반책임론을 제기했다. 이 대통령도 다음주께 한나라당 의원들을 청와대로 불러 설득에 나설 방침이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 대표실에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혼자 남아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 김봉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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