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지도부 사퇴론 ‘계파갈등’…당헌 어기며 친박추대
대통령 변화없는 국정쇄신 정치적 구호에 머물러
지도부 사퇴론 ‘계파갈등’…당헌 어기며 친박추대
대통령 변화없는 국정쇄신 정치적 구호에 머물러
“당내 민주주의는 실종되고, 쇄신보다 계파적 이해에 기반한 정치공학만 넘쳐나고 있다.”
4·29 재보선 참패 이후 들끓던 여권의 쇄신 논쟁이 박근혜 전 대표를 염두에 둔 ‘화합형 대표론’을 내세워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간 9일 한나라당 안에서는 이런 탄식이 잇따랐다. 쇄신파와 당 지도부가 국민과 동떨어진 조기 전당대회 여부를 놓고 논란만 벌이다가 결국 박희태 대표 등 당 지도부와 ‘부적절한 정치적 타협’을 하고 말았다는 불신이다.
첫째, 박 대표가 주창하고 원희룡 쇄신위원장이 화답하는 형식으로 도출된 ‘화합형 대표 추대론’ 자체가 잘못된 발상이라는 게 중론이다. “당 대표를 경선으로 선출하도록 규정한 당헌·당규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24만명에 이르는 선거인단의 결정권을 무시한 비민주적 발상이다.” 쇄신위 결정에 반발해 위원직을 사퇴한 이정현 의원은 이렇게 직격탄을 날렸다. 친이 직계 쇄신위원인 정태근 의원도 “공당에서 대표직을 특정인에게 몰아주기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반발했다.
둘째, 당 화합을 앞세워 특정 계파의 수장을 당 대표로 ‘모시기’ 위해 당원들의 참정권을 박탈하는 선택을 수용할 수 없다는 불만도 나온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전당대회를 하면 누구나 모두 참여할 자격이 있고 권한이 있다. 제한을 가하면 참정권 제한이고, (대표) 추대는 쇄신 정신에 반하는 것”이라며 “화합형 전당대회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셋째, 화합형 대표론은 말이 좋아 화합이지, 실제는 박 전 대표를 압박하는 정치공학적 해법으로, 오히려 당내 갈등만 부추길 뿐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친박계의 한 중진 의원은 “쇄신의 핵심인 청와대 문제를 지적하지 못하면서, 의사도 없는 박 전 대표 추대론을 공식적으로 떠드는 것은 결국 박 전 대표를 궁지로 몰아넣으려는 것”이라며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친박계의 한 핵심 의원도 “민심 이반을 막기 위해 쇄신을 하자면서 비주류를 반쇄신파로 낙인찍고 분열주의자로 몰아가는 오만방자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화합형 대표 추대론’은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기조 변화와 인적 개편이라는 쇄신의 핵심을 비켜가려는 정치적 편법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여기에 버티는 박 대표를 물러나게 할 현실적 수단이 없는 쇄신파가 적당히 타협한 정치적 결과물인 셈이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이 국민의 쇄신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지도부 교체 여부 등 지엽적인 사안에 매달릴 게 아니라 당장 이 대통령의 국정기조 수정과 청와대와 정부의 대대적인 인적 개편을 요구하는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내 소장파 모임 ‘민본21’의 간사인 김성식 의원은 “박 대표가 화합형 전대론을 제안한 진정성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박근혜 전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를 압박하는 모습이 아니라 지금 이 대통령과 청와대가 자기를 성찰하고 새로운 국정구상을 내놓도록 대표직을 걸고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신승근 최혜정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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