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갑 “중도론, 전형적 기회주의”

한나라당 안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중도강화론’과 ‘서민행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원조보수’를 자임해온 김용갑 한나라당 상임고문은 26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우파 정당도 서민을 위한 따뜻한 정책을 펼칠 수 있는데,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을 뽑아준 한나라당의 보수 정체성을 부정하며 존재하지도 않는 중도강화론을 외치고 있다”며 “당원에 대한 배신이자, 전형적인 기회주의”라고 말했다. 김 고문은 이 대통령의 ‘서민행보’에 대해서도 “국민이 얼마나 영악한데, 재래시장에 가고 서민을 위하겠다는 말 몇마디에 마음을 돌리겠느냐”며 “국민이 정말 원하는 변화와 개혁을 하지 못하면 이 대통령도 결국은 실패로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 대통령은 원래 이념이 뭔지도 잘 모르고 왔다갔다 했다”며 “깊이 생각한 게 아니라, 부자정책을 한다는 비판을 피하려고 중도강화, 서민행보를 얘기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김 고문의 발언은 이 대통령이 정책실패와 소통부재로 초래된 국민적 비난 여론을 모면하려고 한나라당의 보수 정체성을 부정하는 ‘회색행보’를 취하고 있다는 당내 보수 원로들의 불만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김 고문은 이날 <불교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이 대통령의 인사·경제정책은 중도와 맞지 않는 극우정책”이라며 “지금 민심 이반은 소통부재, 독주·독선, 포용력 부재, 화합노력 외면으로 국민의 마음을 달래주지 못한 것인데, 왜 이념 타령이냐. 근본적인 민심수습, 국정쇄신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도 이날 당 5역 회의에서 “유연성 있는 중도우파와 중도좌파가 있을 뿐이지 우나 좌, 보수나 진보의 이념을 떠난 무색투명한 중도는 존재하지않는다”며 “(이 대통령은) 중도실용 환상에 빠지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신승근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