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13일 오전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에서 열린 ‘동북아 미래포럼 국제학술대회’에서 기조발제를 한 뒤 단상을 내려오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다른 노선이 대화로 실천방법 만들어야”
당 일각선 ‘전대 출마’ 터닦기 점치기도
당 일각선 ‘전대 출마’ 터닦기 점치기도
이재오 한나라당 전 최고위원의 최근 행보가 심상치 않다.
이 전 최고위원은 13일 중앙대에서 ‘동북아평화구상 학술회의’ 뒤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당내 계파갈등 등 정치 현안에 대한 견해를 밝히며 사실상 박근혜 전 대표를 견제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이보다 앞선 10일 미국에서 귀국한 뒤 처음으로 당 공식 행사에 참여해 민주당을 비판하는 등 정치적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내, 본격적인 정치재개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을 불러온 바 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이날 간담회에서 당내 계파갈등에 대해 “우리 정치의 후진성”이라며 “다른 노선이 토론과 대화를 통해서 하나의 실천방법을 만드는 게 집권당”이라고 말했다. 이는 당내 계파갈등과 관련한 책임을 박근혜 전 대표 쪽에 돌리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는 이날치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나와 박 전 대표의 관계는 ‘일대일’”이라며 “이제 삼세판이 남은 것”이라고 말했다. 당 대표 경선에서 박 전 대표가 지원한 강재섭 대표에게 패했고, 대선후보 경선에선 이명박 대통령을 지원해 박 전 대표를 꺾어 1 대 1 무승부 상태인데, 이제 진짜 승부를 벌이겠다는 얘기로 들린다.
여당에서는 이 전 최고위원이 박 전 대표를 겨냥한 것을 두고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 당권 장악에 나서기 위한 길닦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10월 은평을 재보선이 사실상 물건너가면서 조기 전대를 통한 당 복귀를 바라는 이 전 최고위원이 조기전대를 거부해온 박 전 대표를 견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전 최고위원은 이날 9월 전대가 열릴 경우 참여하겠느냐는 질문에 “당내 문제로 여의도에 가지 않겠다는 것은 아직도 유효하다. 당의 일정에 대해 내가 뭐 관여할 만한 입장에 있지 않다”며 확답을 피했다. 그러나 그의 한 핵심 측근은 “기회만 된다면 당으로 돌아가려 한다. 그게 이명박 대통령을 돕는 길이라 믿고 있다”며 “다만 조기 전대를 부추기는 모습으로 비칠까 본인이 내놓고 말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친이재오계 일각에선 청와대·내각 개편에 맞춰 당 지도부 총사퇴로 조기 전대를 열자고 주장하고 있다. 친이계 한 핵심 의원은 “이 대통령이 7~8월에 청와대와 내각을 개편하면 당도 변화를 피할 수 없고, 10월 재보선을 현 체제로 치르는 것도 말이 안 된다”며 “조기 전대로 이재오 같은 인사가 복귀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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