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땐 천성관 두둔하더니…낙마 뒤엔 “원활한 당·청 소통”
한나라당이 15일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의 낙마가 “원활한 당·청 소통 결과물”이라며 자화자찬했다. 전날까지 국회 인사 청문회에서 각종 의혹이 쏟아지는데도 “총장직을 수행 못할 결격사유가 안 된다”며 천 후보자를 두둔했던 당 지도부는 천 후보자의 사퇴 과정에서 당의 역할을 강조하며 뒤늦은 공치사에 열을 올렸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의원총회에서 천 후보자의 사퇴와 관련해 “청와대가 신속하게 국민의 뜻에 맞게 잘 결정했다. 한나라당도 기민하게 대응했다”며 “당·청의 원활한 소통으로 청문회 뒤 하루 만에 이렇게 역사상 전례 없는 사퇴를 했다”고 극찬했다. 그는 전날 열린 원내대책회의, 법사위원 간담회, 원내대표단 회의에서도 “국민이 납득하지 않을 것 같다.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모았고, 이를 “청와대에 가감 없이 전달했다”며 한나라당의 공적을 상세히 소개했다. 전날 오후까지 “법사위원들을 모아 의견을 들었는데, 결정적 결격사유는 아니라는 게 중론이었다”며 야당의 사퇴 요구를 일축했던 안 원내대표의 태도가 하루 만에 180도 달라진 것이다.
박희태 대표도 “어제 청문회 문제는 너무 신속하고 획기적인 방법으로 해결해서 국민들을 기쁘게 했다”며 “최근 한 일 중 가장 박수 받을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 대표도 전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여러 문제점이 있었지만 결정적인 흠은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소박한 생각이 든다”며 천 후보자를 감쌌다.
이런 사정 탓에 한나라당 안에서조차 이들의 주장이 “과도한 자기 합리화”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 친이명박계 의원은 “당에서도 긴박하게 많은 의견을 전달한 게 맞지만, 기본적으로 인사 청문회를 본 국민이라면 모두 저 사람은 안 되겠다고 생각했을 것 아니냐”며 “그게 (천 후보자 사퇴를 이끈) 핵심”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13일 청문회 내내 한나라당 법사위원 대부분은 천 후보자를 두둔하는 발언으로 일관했다. 또 이날 저녁 청문회 뒤 <한겨레>가 접촉한 7명의 한나라당 법사위원 가운데 박민식·주광덕 의원을 제외한 이주영·이한성·장윤석·최병국·홍일표 의원 등 5명은 “의혹은 있지만 불법성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사실상 천 후보자를 인준할 뜻을 밝혔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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