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한나라당 의원(왼쪽)이 1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고흥길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종편·보도채널 지분 30%로” 제안
한나라당이 연일 방송법 등 언론관련법에 대한 강행처리를 공언하는 가운데, 박근혜 전 대표가 ‘합의 처리’를 언급하며 당내 강경 기류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박 전 대표는 1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언론관련법은) 가능한 여야가 합의해서 (처리)해야 한다”며 “얼마든지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이 국회의장 직권상정을 통해서라도 오는 25일로 끝나는 이번 임시국회에서 언론관련법을 통과시키겠다고 밝혀온 상황에서 나온 박 대표의 이런 발언은 사실상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번 회기에 언론관련법을 무리하게 처리해선 안 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언론관련법이 제대로 된 법이 되려면 국민들이 우려하는 여론 독과점 문제가 해소돼야 한다”며 “방송 진출의 허가 기준을 제한하면 여론 다양성을 보호하며 시장 독과점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며 구체적인 ‘대안’도 제시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신문과 대기업의 방송 진출 허용지분에 대해 “(한나라당이) 종합편성·보도전문 채널 허용지분을 각각 30%와 49%로 다르게 정했는데, 둘 다 30%로 정하면 적정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보수언론과 대기업이 보도전문 채널을 장악하는 것을 야당과 국민이 심각하게 우려하는 만큼 한나라당이 추가 양보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언론관련법을 두고 여야가 파국을 향해 치닫는 상황에서 박 전 대표의 이런 제안이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한나라당 간사인 나경원 의원은 이날 오후에 열린 의원총회에서 “박 전 대표의 제안은 대부분 기술적인 문제”라며 수용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의 측근인 이정현 의원도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문방위 차원에서 박 전 대표의 제안도 함께 논의해보자고 건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 전 대표가 합의처리를 거듭 강조한 것에 대한 곱지않은 시선도 있다. 여야가 ‘힘겨루기’를 하는 과정에서는 침묵을 지키다가, 회기 막바지 ‘결단의 순간’이 다가오자 원론적인 주장만을 강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친이 쪽 초선 의원은 “합의를 위해 노력해왔지만, 야당이 논의를 거부하고 있어 합의 처리가 실제론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라며 “계파를 떠나 당이 한목소리를 내야할 때 제동을 건다면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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