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민주당 대표(앞줄 가운데)가 2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언론관계법을 직권상정한 이윤성 국회 부의장에게 항의하려다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붙잡힌 채 떠밀리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앞으로 정국 어디로 가나
한나라 ‘민주주의 금도 어겼다’ 비판 못 피할듯
“지난 96년 노동법 날치기 때보다 심각” 지적도
한나라 ‘민주주의 금도 어겼다’ 비판 못 피할듯
“지난 96년 노동법 날치기 때보다 심각” 지적도
한나라당이 22일 야당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언론관련법을 강행처리함에 따라 정국은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빠져들었다.
일단 여야 관계나 국회 운영 전반이 급랭되면서 당분간 정치가 실종된 파국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민주당은 “날치기 표결은 원천무효”라며 “더 이상 18대 국회는 없다”고 선언했다. 민주당은 이후 언론노조, 진보적 시민단체와 연대해 표결 무효화를 위한 원외 투쟁을 전개하기로 했다. 특히 ‘여당 본색’을 드러낸 김형오 국회의장을 의회의 수장으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나서, 국회 운영에도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
반면, 한나라당은 언론관련법 처리로 오랜 숙원인 ‘조중동의 방송 진출’ 발판을 마련한 만큼 일단 냉각기를 갖고 야당의 국회 복귀를 기다릴 것으로 보인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표결 직후 “임시국회가 끝날 때까지 처리할 수 있는 것은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비정규직법, 공무원 연금법 등 이른바 민생법안을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나라당 안에서도 정국 경색에 따라 당분간 정상적인 국회 운영이 어려운 만큼 무리하지 말자는 의견이 많다. 친이계 한 핵심 당직자는 “언론관련법 처리 때 민주당의 강경 투쟁은 예상했던 것”이라며 “여름 휴가철인 8월까지는 상대를 자극하지 않고, 9월 정기국회를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언론관련법 강행처리 여론에 따라 혼돈 정국의 장기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이 원외 투쟁을 통해 광범위한 반대 여론을 모아 낼 경우 언론법 재개정 문제를 9월 정기국회와 연계할 수도 있다. 한나라당의 다른 한 당직자는 “지금 분위기로는 9월 정기국회도 어느 정도 파행을 빚을 것”이라며 “예산 심사 과정 등에서 야당을 배려하는 방식으로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 최대의 현안인 언론관련법 처리로 숨을 돌린 한나라당에서 분위기 일신을 명분 삼아 내부 권력투쟁이 본격화될 가능성도 크다. 당장 9월 전당대회를 주장해온 이재오계 등 친이 직계 일각에서는 박희태 대표 등 당 지도부 총사퇴를 통한 변화 필요성을 거론하고 있다. 친이계 한 재선 의원은 “청와대와 내각 쇄신에 맞춰 당도 쇄신해야 한다. 특히 언론관련법 처리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면 지도부 사퇴 카드로 분위기를 바꿔 볼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9월 전당대회가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당권 장악 절차로 활용될 조짐을 보일 경우 친박근혜계의 반발 등 당 내분이 가속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승근 이유주현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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