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거물 4인’ 요즘 어떻게…
한나라당의 거물 정치인 4명이 ‘무더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향후 정치적 위상을 좌우할 9월 조기전당대회 개최 여부, 10월 재선거 공천 등 주요 정치일정이 불투명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기전대 시기 등 당 정치일정의 열쇠를 쥐고 있는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4일 경남 남해로 2박3일의 휴가를 떠났다. 10월 재선거가 예정된 경남 양산 출마를 노리는 박 대표는 당내 이명박계(친이)와 박근혜계(친박) 사이에서 힘겨운 줄타기를 하고 있다. 공천을 받으려면 친이 쪽에 서야 하지만, 당선을 위해서는 친박 쪽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9월 조기전대를 추진해온 공성진 최고위원 등 친이 쪽에서는 박 대표에게 ‘대표직 사퇴 뒤 출마’를 압박하고 나섰다. 박 대표는 이번 휴가와 오는 10일로 예정된 청와대 정례회동 뒤에 사퇴에 대한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9월 전대가 불투명해지면서 조기전대를 통해 정계 복귀를 준비해온 이재오 전 의원의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최근 정무·노동부·교육부 장관 등 입각설이 나오고 있지만, 이 전 의원은 당으로 돌아가겠다는 뜻을 측근들에게 거듭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역구인 서울 은평을이 10월 재선거 지역에 포함될지도 불투명한데다, 전당대회 개최도 확실치 않아 속앓이를 하는 형국이다. 한 측근은 “판이 열리지 않으니, 지금으로선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정몽준 최고위원은 박 대표 사퇴 이후 대표직 승계에 관심을 보이며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현재 한나라당 당헌·당규는 대표가 사퇴할 경우, 전당대회 차점자 최고위원이 대표직을 승계하도록 되어있다. 한 측근은 “10월 재보선 결과에 대한 부담이 있고, 다음 전대가 열리기 전까지 계파별 화합을 도모해야 하는 책임도 따르지만, 반면 이를 잘하면 정치력을 인정받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짧은 기간이라도 여당 대표로서 정치적 입지를 다지고 싶다는 의지다.
방송법 등 언론관련법 처리 과정에서 ‘말바꾸기 행보’ 비판을 받은 박근혜 전 대표는 친박 내부의 비판과 지지율 하락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친박 안에서는 내부의 ‘소통 부재’를 심각하게 고민하며, 박 전 대표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친박 중진 의원은 “박 전 대표가 한마디씩 던지고, 의원들은 언론보도를 보고 이를 알게 되는 고질적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며 “이런 부분이 여론주도층에서 박 전 대표의 국정운영 능력을 우려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고 털어놨다. 박 전 대표는 외부 활동을 삼간 채 집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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