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대폭 개각과 한나라당 의원들의 입각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적어도 3~4명 입각해야”…대폭 개각도 요구
청와대 “개각논의 진척된 것 없다” 미묘한 긴장
청와대 “개각논의 진척된 것 없다” 미묘한 긴장
한나라당 지도부가 5일 대폭 개각과 의원 입각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청와대는 “구체적으로 개각 논의가 진척된 게 없다”는 반응을 보여, 당·청 사이에 개각을 둘러싼 미묘한 긴장이 조성되고 있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집권 2기를 맞아 국민에게 미래에 대한 비전과 전략이 무엇인지 제시해야 한다”며 “대폭 개각을 통해 인적 쇄신의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 원내대표는 “이번 개각에서 적어도 한나라당 의원 3~4명을 입각시켜 정부의 정무적 판단을 보완하고 민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할 뿐 아니라 당정 소통이 잘 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요구도 덧붙였다.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가 구체적인 입각 희망 의원 숫자까지 명시하며 ‘대폭개각’을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더욱이 청와대가 최근까지 개각 여부에 대한 확인조차 회피해온 상황을 고려할 때 청와대와의 교감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여권 핵심인사들은 안 원내대표 발언이 청와대와 조율된 게 아니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친이 직계 한 핵심당직자는 “이 대통령이 휴가지에서 개각을 구상할테니 당의 바람을 반영해 달라는 차원일 뿐”이라며 “청와대와 사전 논의나 검토가 이뤄진 것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한나라당 안팎에서는 청와대가 실무형 개각으로 방향을 바꾸면서, 입각이 어려워진 의원들의 불만을 표출한 항의성 발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최고위원은 “애초 8월에 청와대와 정부의 대폭 개편이 예상됐고, 의원들의 입각도 현실화될 것이라 기대했지만 최근 소폭의 실무형 개각설이 흘러나오자 입각 희망 의원들이 안 원내대표에게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 한나라당에서는 지식경제부 장관 물망에 임태희·최경환 의원, 노동부 장관에 홍준표 의원, 교육부장관에 이재오 전 의원·이군현 의원, 정무장관에 김무성, 정진석 의원 등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돼왔다. 하지만 언론관련법 강행처리 이후 소폭개각설이 나오자 “청와대가 당을 전혀 배려도 하지 않는다”는 불만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불만이 수용될지는 미지수다. 한 친이 직계 의원은 “당이 스스로 약속한 쇄신이나 조기전당대회조차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대폭 개각을 요구한다고 청와대가 받아주겠냐”고 말했다. 다른 고위 당직자는 “이 대통령은 당이 떼쓰는 것을 더 싫어한다”고 말했다. 신승근 최혜정 기자 skshi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