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중재할 곳 여당 뿐인데” 노조 정치투쟁 치부 일관
쌍용자동차의 노사 충돌이 극한으로 치닫는 가운데,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이 팔짱만 낀 채 사태를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쌍용차 사태의 본질은 최근 여당이 강조하는 ‘일자리’ 문제인데도, 단지 노조의 주장으로 치부한 채 눈을 감고 있다는 비판이다. 한나라당은 8월 한달을 ‘민생탐방’ 기간으로 잡고 비닐하우스촌과 재래시장 등을 방문할 예정이다. 하지만 가장 치열한 민생 현장인 쌍용차 평택공장은 일정에 들어 있지 않다.
쌍용차 파업 76일째인 5일까지, 한나라당은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지난달 10일 한차례 쌍용차 당정회의를 열어 “공권력 투입 자제”만 말했을 뿐이다. 김성조 정책위의장은 최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쌍용차 문제는 정치권에서 접근하기가 어려운 문제”라며 “정치권이 어떤 의견을 이야기하거나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한나라당에서는 쌍용차 문제가 민주노총의 개입으로 ‘정치 투쟁’으로 변질됐다며 거리를 둬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핵심 당직자는 “애초 정부가 불개입 선언을 한 상태인데다, 당이 끼어들면 일을 더 그르칠 수 있다는 판단이 많았다”며 “평택이 지역구인 원유철 의원에게 전적으로 맡긴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당의 중재 노력이 부실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태 초반에 정부와 노조, 회사 쪽을 중재할 수 있는 연결고리는 여당뿐이었는데도 이를 방치해 문제를 키웠다는 자성이다. 한 초선 의원은 “발빠르게 중재에 나서며 정치력을 발휘했어야 하는데 시기를 놓쳤다”며 “6월 중순 이후에는 언론관련법 처리에 매달리면서 다른 현안이 가려졌다”고 털어놨다. 지난달 24일엔 쌍용차 가족대책위원회가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를 방문해 박희태 대표 면담 요청과 함께 △생필품 반입 허용 △의료진 진입 허가 등을 호소했으나 이마저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 당직자는 “당은 쌍용차 사태를 민생으로 판단하지 않는다”며 “당의 일자리특위나 민생관련특위 어느 곳에서도 쌍용차 문제가 의제로 포함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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