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미소, 이재오 울상
한나라 전대 차점자 대표직 승계
정쪽 “정치적 위상 세울 기회”
이쪽 “복귀 일정에 차질” 답답
정쪽 “정치적 위상 세울 기회”
이쪽 “복귀 일정에 차질” 답답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의 ‘버티기’로 9월 조기 전당대회가 사실상 무산되면서, 당내 두 거물 정치인인 정몽준 최고위원과 이재오 전 의원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한나라당의 주류인 친이계는 박 대표 사퇴 뒤 지도체제에 대해 전당대회 차점자가 대표직을 승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에 차점자인 정 최고위원은 집권 여당의 대표로 정치적 위상을 세울 기회를 잡은 반면, 조기 전대를 통해 당으로 돌아오려던 이재오 전 의원의 당 복귀 일정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정몽준 최고위원 쪽은 대표직 승계에 대해 “박 대표의 거취와 관련된 부분이라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하지만 내부에선 정 최고에게 온 ‘기회’라며 반색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이명박계와 박근혜계에 밀려 자리를 잡지 못했으나, 대표직 수행을 통해 당 내부는 물론 국민들에게 ‘콘텐츠 있는’ 정치인으로서 입지를 다질 수 있다고 기대한다. 한 측근은 “책임이 많은 자리인만큼 위험하다고 보는 이들도 있으나, 정치는 항상 위험요소가 있는 것 아니겠냐”며 “당의 일인 만큼 득실을 따질 상황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당내부에 여전한 정 최고위원에 대한 우려는 넘어야 할 벽이다. 한 친이 직계 초선의원은 “집권 여당은 커녕 정당 경험이 없고, 정무적 역량도 검증되지 않아 걱정스럽다”며 “박근혜 전 대표도 정 최고위원을 잠재적 경쟁자로 생각하고 있으니 지지를 받아낼 수도 없을 것 같다”며 말했다.
반면 9월 조기전대 무산으로 ‘갈 곳을 잃은’ 이재오 전 의원 쪽은 답답한 속내를 호소하고 있다. 박희태 대표는 지난 11일 이명박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정 최고위원 대표직 승계로 궐석이 되는 최고위원 자리에 이 전 의원을 지명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전 의원 쪽은 “편법을 동원해 복귀할 생각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 측근은 “정식 전당대회를 통해 정정당당하게 당에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전 의원 쪽은 입각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선을 긋고 있지만, 이번 개각때 어떤 식으로든 중용될 것이라는 시각도 많다.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한 친이 직계 의원은 “인사권자가 침묵을 지키고 있는데 본인이 먼저 입각을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뜻”이라며 “이 대통령이 이번에는 이 전 의원에게 어떤 형태로든 역할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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