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열린 정운찬 등 부적격 공직후보자 임명반대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부적격 공직후보자 청와대의 임명 철회와 국회 인준 거부 촉구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정운찬 살리려면 몇명 날려야” 현실론 고개
친이 지도부 ‘무사통과’ 의지…파열음 불가피
친이 지도부 ‘무사통과’ 의지…파열음 불가피
한나라, 청문후보자 인준 고민
인사청문회는 끝났지만, 한나라당의 고심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안상수 원내대표와 장광근 사무총장 등 지도부는 연일 정운찬 총리 후보자를 비롯한 청문대상자들에 대한 임명 찬성 방침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여당 안에서조차 “의혹 대상자를 모두 봐주는 건 지나치다”는 불만이 커지는 등 내부 합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장 여당 의원들 사이에선 청문회 결과 ‘혹 떼려다 혹 붙인 격이 되고 말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정운찬 총리 카드’와 호남 출신의 이귀남 법무장관 후보자의 기용으로 중도 강화와 지역화합을 구체화한 결단이라 평가받던 ‘9·3 개각’이 청문회를 거치면서 이른바 불법과 도덕성 논란에 휩싸이면서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은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우려가 줄을 잇고 있다.
한나라당의 한 최고위원은 24일 “당에선 모든 후보자에 대해 임명 동의를 해주자고 말하지만, 최소한 위장전입과 병역면제로 혜택을 본 사람은 걸러줘야 국민들이 법을 지키고, 정의롭게 살려고 할 것 아니냐”며 “이대로 임명을 강행하면 통합보다 정치·사회 갈등만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3선 의원도 “이 대통령은 중도 강화와 국민통합을 강조했는데, 이번 인선이 그에 크게 못 미친다는 게 드러났다”며 “모든 사람을 그대로 다 통과시켜 주는 건 문제”라고 말했다.
당장 한가위 민심과 10월 지방선거에 끼칠 악영향을 감안해, 당 차원에서 몇명에 대해서는 임명철회를 요구하는 결단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그냥 넘어갈 경우 추석을 고비로 민심이 곤두박질칠 수 있다”며 “국정에 더 큰 부담을 주기 전에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친박계 한 초선의원은 “초선 의원들 안에서는 ‘정운찬도 안 된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어떻게든 총리 후보자는 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문제되는 장관 후보자 몇몇은 날리고, 야당과 타협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에서조차 부적격 여론이 드센 이귀남 후보자나 ‘문제 투성이’라는 평가를 받는 백희영 후보자는 당 지도부가 걸러줘야 한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오는 28일 오전 의원총회에서 후보자에 대한 적격 여부에 대한 토론을 벌이기로 했다. 그러나 안상수 원내대표 등 친이명박계 지도부는 ‘전원 무사통과’ 방침을 바꿀 수 없다는 뜻이 확고해 논란이 예상된다. 친이계 한 고위 당직자는 “도덕적 결점이 드러난 일부 후보자를 용퇴시키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건 민주 정당에서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하지만 이 대통령이 모처럼 국정 추동력을 확보해 제대로 일을 하려는 상황에서 힘을 빼서는 안 되는 만큼 국민적 비판을 감수하더라도 그대로 가자는 게 주류의 정서”라고 말했다. 의원총회를 통해 불만을 토로할 광장은 열되 낙마자가 나오는 건 용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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