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으로 박찬숙 한나라당 후보가 15일 오후 경기 수원 장안구 정자시장에서 상인들을 만나 인사를 나누며 지지를 부탁하고 있다. 수원/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10·28 격전현장] 수원 장안
‘최대 승부처’ 출정식에 여야지도부 총출동
박후보 여당의 힘 강조…친밀감 보완 과제
이후보 손학규지원 업고 인지도 높이기 고심
‘최대 승부처’ 출정식에 여야지도부 총출동
박후보 여당의 힘 강조…친밀감 보완 과제
이후보 손학규지원 업고 인지도 높이기 고심
‘4호선 연장 대 4대강 사업 저지’ 10·28 경기 수원 장안 재선거는 묘하게 숫자 4를 담은 공약 싸움으로 압축되고 있다. 한나라당의 지역일꾼론도, 민주당의 중간심판론도 ‘4’에서 모였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5일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지도부가 총출동해 출정식에 참석하며 이 지역에서 세 대결을 펼쳤다. 수도권 접전지로 분류되는 이 곳은 이번 재보선의 승패를 실질적으로 가를 최대 격전지로 꼽힌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정치적 미래를 담보한 간접 대결 양상도 섞여 있다. 박찬숙 한나라당 후보는 이날 조원동 홈플러스 앞 출정식에서 “누구나 (우리) 지역까지 지하철 4호선을 연장하겠다고 공약하지만 실천할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외쳤다. 여당 지도부에 이 사업을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비 10억원도 확보해 줄 것을 부탁했다고 말했다. 장안구청 4거리 선거 사무실 벽엔 ‘집권 여당의 강한 후보’라고 적힌 펼침막을 걸어 ‘힘’을 강조한다. 이찬열 민주당 후보는 4대강 사업저지를 간판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는 “지역 아동 급식비와 학생 보육 교육비 등 지역 민생예산이 4대강 사업 탓에 삭감되고 있다”며 “이대론 나라살림이 거덜난다”고 말했다. 선거사무소의 펼침막엔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나란히 선 사진과 “손학규와 이찬열이 함께 뛰겠습니다”라는 문구를 넣었다. 그가 경기도 의원 시절 도지사였던 손 전 대표의 정치적 영향력을 충분히 부각하겠다는 의도가 보인다. 유권자들은 엇갈렸다. 박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내 권익을 따져보겠다는 ‘이익투표’ 성향에 충실했다. “여긴 아직 수원 신시가지인 영통에 비하면 ‘미개발’ 지역이에요. 4호선이 여기까지 들어오면 지역 발전이 엄청나게 된다니까. 여긴 지하철 안 들어온다고 주민들이 현수막걸고 데모까지 했었어요.”(58살 관광버스기사), 한나라당이 믿는 구석인 ‘이명박 대통령 지지도 상승’을 증명하는 유권자도 있었다. 박덕준(52· 상업)씨는 “경제도 슬슬 살아나고 있고 대통령이 지금 나름 잘하고 있지 않느냐. 5년 정권인데 힘을 실어줘야한다”고 말했다.
할인점으로 이찬열 민주당 후보(오른쪽 둘째)가 15일 오후 경기 수원 장안구 홈플러스 앞에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오른쪽 첫째)와 함께 유권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수원/김태형 기자
각 후보 쪽은 어느 쪽도 승리를 장담하지 못했다. 모두 “(투표함을) 까봐야 안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지난 주 한나라당 여의도 연구소에서 벌인 지역 여론조사에선 박 후보와 이 후보가 각각 41%와 37%의 지지율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박 후보 쪽은 이 지역 한나라당 지지도에 견줘 후보 지지도가 못미치는 점이 초조하다. 한 선거 관계자는 “박 후보가 지난 18대 총선에서 옆지역인 영통에서 나와 낙선한데다 다소 강한 인상 탓에 유권자들에게 잘 흡수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지도를 선호도로 굳히는 게 급선무인 셈이다. 박 후보도 이 점을 인식한 듯 내내 ‘겸손’을 강조했다. 선거운동 역시 가급적 유세차 대신 걸으며 직접 주민과 만나는 쪽으로 맞췄다. 하지만 중앙당의 대대적 지원과 압도적인 시의회 의원들의 조직력, 그리고 투표율 높은 노년층의 지지를 믿는 분위기다. 이 후보 쪽은 낮은 인지도가 마음에 걸린다. 한 선거 관계자는 “손 전 지사의 지원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손 전 지사의 선거가 아니라 이 후보의 선거다. 손 전 지사만 보고 찍으라고 할 순 없다”며 “무조건 한번이라도 더 발품을 팔아 얼굴을 알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손 전 지사에 대한 호감도를 이 후보에 대한 투표로 연결하는 게 과제인 것이다. 하지만 출발 당시 두자릿 수 이상 차이가 나던 지지율 격차가 최근 급격하게 줄어들어 이대로 상승곡선을 그린다면 충분히 희망이 있다고 흐름을 믿는 분위기다. 한편, 14일 진보신당과 창조한국당의 지지선언을 얻은 안동섭 민주노동당 후보는 ‘반 이명박 적임자론’을 내세우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지난 2004년 총선에서 13%의 지지를 얻은 저력이 있는 안 후보는 △무상급식 실현 △율천동 문화창조단지 조성 등의 공약을 내세우며 “지역(박찬숙 후보)과 정당(이찬열 후보)을 옮긴 사람은 진정한 지역의 일꾼이 아니다”고 강조한다. 수원/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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