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10·28재보선 이후] 한나라 소장파 ‘당정쇄신’ 요구
지도부 “참패, 정부탓”…4대강 등 반성요구 안해
‘민본21’ 의원들은 세종시 등 정부 밀어붙이기 성토
지도부 “참패, 정부탓”…4대강 등 반성요구 안해
‘민본21’ 의원들은 세종시 등 정부 밀어붙이기 성토
10·28 재보선에서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한나라당 지도부는 29일 일단 몸을 낮췄다.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정몽준 대표는 “당에 제가 아직 뿌리내리지 못했다는 냉정한 평가를 받아들인다”며 머리를 조아렸다. 안상수 원내대표도 “최선을 다했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은 인정한다”고 반성했다. 그러나 지도부는 재보선 참패의 원인을 주로 ‘정부의 오버’ 탓으로 돌리면서도, 정작 정부를 견제할 해법은 제시하지 못했다. 허태열 최고위원은 “잘 나간다고 오만해선 안된다”며 김제동·손석희씨의 방송 중도하차 문제가 여당에 대한 견제론을 자극했다고 진단했다. 안상수 원내대표·송광호 최고위원 등은 정운찬 총리의 세종시 계획 수정론, 임태희 노동부 장관의 복수노조 허용 및 노조전임자 임급 지급 금지 강행론이 선거전에 악재로 작용했다며 정부를 원망했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누구도 정부 쪽에 세종시 계획 변경논의 중단, 4대강 사업의 재검토나 반성을 요구하지 않았다. 지도부 거취나 당 쇄신에 대해서도 침묵했다. 조해진 대변인은 “오늘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도부 책임론을 말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수도권·소장파 의원들 사이에선 “수도권과 충청권의 민심 이반을 이대로 방치해선 안된다”며 지도부 교체와 당 쇄신을 촉구하고, 세종시 수정론 중단 등 이명박 정부가 쏟아낸 최근 정책에 대한 재조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어, 내홍이 가속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장 개혁성향의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21> 소속의 권영진 권택기 정태근 등 13명의 의원들은 “재보선 민심은 책임있는 국정운영과 중단없는 당쇄신 요구”라며 민심에 부응하는 당 쇄신 프로그램과 정치일정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또 구체적 대안없이 개헌, 행정구역 개편, 세종시 수정, 4대강 등 대형이슈를 쏟아내며 혼란을 차조한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도 성토했다. 이날 의원총회에서도 윤석용·권영진 의원 등 수도권 의원들은 “이번 선거는 사실상 완패한 것으로, 내년 지방선거가 우려되는 수준”이라며 반성과 변화를 촉구했다. 정진석 의원은 “정부의 세종시 수정론은 급조된 인상”이라며 “원안 수정이나 대안 추진이 힘든 만큼 당에서 빨리 결론을 내려달라”며 수정 드라이브 포기를 촉구했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한 친박계 의원들이 여전히 2월 조기전대에 회의적 반응을 보이고 있는 데다 수도권 의원들 일각에서 “세종시 수정은 피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어, 당 쇄신이나 정부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원내대표단 소속의 한 의원은 “결국 당과 정부의 체질, 대통령의 생각을 친서민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당 지도부나 청와대와 전면전을 벌여야 하는데 아직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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