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국회 4대강 예산을 놓고 여야가 날선 대치를 벌이고 있는 국회 주변이 꽁꽁 얼어붙었다. 전국의 수은주가 영하로 내려간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 둔치에 매달린 고드름 사이로 국회 본청이 보인다. 16일은 서울 영하 8도 등 전국이 더 추워질 전망이다. 이종근 기자
여, 야당요구 하나도 수용않고 강경
야 “삭감수용 안하면 계수소위 불참”
야 “삭감수용 안하면 계수소위 불참”
임기 안에 가시적 성과를 내려는 이명박 대통령의 ‘단기 업적주의’가 국회를 날선 대치의 장으로 내몰고 있다. 15일 민주당 등 야4당은 4대강 사업 예산의 조정을 요구했지만 청와대 기류를 살핀 한나라당은 ‘타협 불가’ 방침을 고수하며 이를 일축했다. 국회에서 타협과 절충은 사라졌고, 예결위 계수조정소위가 언제 구성될지도 불확실하다.
예결위 부별 심사 마지막날인 이날 민주당·자유선진당·민주노동당·진보신당 등 야4당 의원들은 “국민의 70%가 반대하는 4대강 예산을 민생안정 예산으로 돌리려는 것은 우리(야당)의 임무”라며 “여당이 성의를 보이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일방적으로 예산 심사를 거부하겠다는 게 아니다”라며 수자원공사에 배정된 3조2000억원 규모의 4대강 사업 철회와 3조5000억원의 국토해양부 4대강 예산을 1조원 수준으로 삭감할 것 등을 요구했다. 야당은 이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17일부터 시작되는 계수조정소위 구성을 전면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4대강 예산을 삭감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다”며 전면 투쟁을 선언했다.
한나라당은 야4당의 이런 요구를 하나도 수용하지 않은 채, 4대강 사업 예산의 원안 통과 방침을 천명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4대강은 선택의 문제가 아닌 반드시 해야 할 국책사업”이라며 “단호하게 국민을 보고 나아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안상수,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예결위원장실에서 만나 예산조정소위 구성 문제를 논의했으나, ‘접점 찾기’에 실패했다. 안 원내대표는 회동 뒤 기자들에게 “민주당이 시간을 달라고 해서 17일 10시에 회의를 소집해서 계수조정소위를 구성하겠다고 양보했다”며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여권 핵심 인사들은 한나라당의 이런 강경 방침이 4대강 사업을 임기 안에 마무리하려는 이 대통령의 소명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통령의 대선후보 경선캠프인 안국포럼 출신의 한 친이 직계 의원은 “4대강 사업에 관한 한 이 대통령은 ‘일단 공사를 시작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자기확신을 갖고 있다”며 “타협은 없다는 게 청와대의 뜻”이라고 전했다.
청와대 고위 인사도 “2012년까지 4대강을 동시에 추진·완료해야 한다는 것은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의 철학”이라고 말했다. 4대강 사업 동시 진행이라는 이 대통령의 확고한 뜻이 전달된 이후 ‘4대강 순차적 추진론’을 펴던 한나라당 소장파들의 목소리도 쑥 들어갔다.
그러나 이런 강경 노선은 타협과 절충이 본질인 정치를 실종시키고, 국가적으로 더 큰 손실을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안국포럼 출신의 또다른 친이 직계 의원은 “여야가 극단적으로 갈라서는 파국을 감수하며 예산안을 처리하는 건 가장 큰 정치비용을 치르는 어리석은 선택”이라며 “18대 국회는 모두 죽는 길”이라고 말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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