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본21’ 계파 틀에 갇혀
국회 파행에 ‘침묵’
“결기없이 눈치만 본다”
국회 파행에 ‘침묵’
“결기없이 눈치만 본다”
한나라당 소장파들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정부·여당이 ‘4대강 원안 처리’를 고집하면서 국회가 파행을 거듭하고 있지만, 이런 상황을 타개하려는 목소리는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당내 유일한 소장파 모임으로 꼽히는 ‘민본21’은 친이-친박이라는 계파의 틀에 갇혀 제구실을 못 한다는 눈총을 받고 있다. 민본21은 지난 4월 재보선 패배 뒤 모임 명의로 당의 전면 쇄신을 요구하고 나선 이후, 주요 현안에 대해 민본21 차원의 공식 입장을 내놓은 적이 거의 없다. 대신 당내 이견이 많지 않은 노동관계법 문제 등에 대해서만 목소리를 적극 내고 있다. 친이-친박의 태도가 극명하게 갈리는 세종시 수정 문제에 대해서는 토론회를 한 차례 연 것을 빼곤 논의 자체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4대강 예산 문제 역시 “계속 검토해보자”는 차원에서 논의를 서둘러 마쳤다. ‘개혁’이 ‘계파’의 벽을 넘지 못한 셈이다. 민본21은 17일 오전 안상수 원내대표와의 조찬간담회에서도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원론적인 말만 전달했다.
‘원조 소장파’로 꼽히며 당 쇄신위원장까지 지낸 원희룡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선언 뒤 연일 오세훈 서울시장 비판에만 열을 올릴 뿐 주요 현안에 대해선 침묵을 지키고 있다.
한 영남권 중진의원은 “지금은 어떤 목소리를 내더라도 계파의 틀에서 해석되기 때문에 몸을 낮출 수밖에 없는 것은 이해한다”면서도 “당의 개혁적인 목소리를 내겠다고 결심했다면 명분에 따라 치열하게 싸울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의 초·재선들은 ‘결기’도 없이 여기저기 눈치만 본다”고 꼬집었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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