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한은법 개정추진에 여당 “흠집내기”
이성태 총재 “위상 올라갈 것” 긍정적
이성태 총재 “위상 올라갈 것” 긍정적
한국은행 총재가 두드리는 방망이 소리에 대한민국 돈의 흐름은 달라진다. 기준 금리에 따라 기업과 개인들이 울고 웃으며, 주가와 아파트 값이 요동을 친다. 이처럼 ‘막강한’ 권한을 가진 한국은행 총재에 대한 인사청문회 도입 여부가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19일 전체회의를 열어 한은 총재 인사청문회 도입을 뼈대로 한 ‘한국은행법’ 개정안을 상정할 방침이다. 앞서 강봉균 민주당 의원은 “통화신용정책의 최종결정권자로서 국가경제 전체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는 한은 총재를 자질검증 없이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지난 5일 한은법 개정안을 냈다.
야당은 국회의 인사청문을 통해 후보자의 역량과 적합성을 검증하는 것은 물론 업무 책임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강화시킬 수 있다며 새 총재 임명부터 청문회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강 의원은 18일 오전 <한국방송>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나와 “국회에서 자질 검증을 해주면 한국은행 총재의 위상이 올라갈 것”이라며 “청와대나 경제부처 장관이 한국은행을 시녀나 산하기관처럼 다루지 말라는 뜻”이라고 밝혔다.
이성태 한은 총재도 청문회 도입에 긍정적인 뜻을 내비쳤다. 이 총재는 지난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나와 “(청문회가) 한은 총재 자리에 대한 국가적 관심을 일으키고 조직의 위상을 확고히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고,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9일 “한은 총재라는 자리의 지위와 권한을 감안할 때 인사청문회를 하는 게 일리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도 인사청문회를 하고 있다.
서병수 기획재정위원장 등 상임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청문회 도입에 긍정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한 재선 의원은 “청문회 도입 자체로 자질 없는 인사가 기웃거리지 못하는 ‘억지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월 임시국회에서 한은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3월31일로 임기가 끝나는 이성태 총재의 후임부터는 인사청문회 시행이 가능하다.
그러나 안상수 원내대표 등 한나라당 지도부는 부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안 원내대표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현재 청문회도 흠집내기 ‘경연장’으로 전락해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며 반대 뜻을 밝혔다. 당 지도부의 반대가 거셀 경우, 청문회 도입에 찬성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입지가 좁아지면서 상임위 통과가 무산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안 원내대표는 최근 서병수 기획재정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한은법 개정안 상정을 보류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일부에선 당 지도부의 반대가 차기 총재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으나 자질 논란이 있는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을 한은 총재에 ‘밀어넣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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