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맨 오른쪽)가 18일 오전 국회 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4대강 관련 발언을 비판하고 있다. 안 대표 왼쪽은 김무성 원내대표.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합리적 지도자’ 칭찬한지 2주만에…
“4대강은 대운하 사업” 손대표 발언에 발끈
여 지도부 “구태정치” “국민 호도” 등 거친말
“4대강은 대운하 사업” 손대표 발언에 발끈
여 지도부 “구태정치” “국민 호도” 등 거친말
“구태정치”, “억지공세”, “혹세무민”
한나라당 지도부가 18일 손학규 민주당 대표를 향해 거친 말을 쏟아냈다. 손 대표가 전날 팔당 유기농 단지를 찾아 “4대강 사업은 대운하 사업, 강 죽이기, 환경농업 죽이기”라고 비판한 게 공격의 빌미였다.
손 대표 체제 출범 직후 ‘합리적 지도자’라 칭찬하던 여당 지도부의 돌연한 태도 변화는 배추값 파동 등 여권의 약점을 공략하며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손 대표에 대한 견제라는 분석이 많다.
안상수 대표가 공격의 포문을 열었다. 그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4대강 운하는 이명박 대통령이 포기를 선언했고 한나라당도 이미 여러번 확인했다”며 “손 대표가 4대강 사업을 위장된 대운하라고 국민을 호도하는 것은 구태정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안 대표는 지난 4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손 대표는 그 누구보다 합리적이고 이념적 스펙트럼이 넓은 포용력 있는 정치인”이라고 극찬한 바 있다.
당시 손 대표 칭찬 대열에 합류했던 김무성 원내대표, 나경원 최고위원도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김 원내대표는 “과거 14년 동안 한솥밥을 먹었던 손 대표가 한나라당 이미지를 탈색하기 위해 다소 강경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했지만 도가 지나친 것 같다”며 “국민을 속이는 발언은 중단해달라”고 말했다. 홍준표 최고위원도 “한나라당 출신이란 멍에를 벗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깎아내렸다.
한나라당은 이날 회의에 앞서 손 대표에 대한 공격 여부를 두고 논란을 벌였다고 한다.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열린 지도부 간담회에서 몇몇 의원은 ‘손 대표를 비판할 경우 도발전략에 말려들어 손 대표만 키워줄 수 있다’며 공격을 반대했다. 그러나 다수는 ‘이번 대운하 발언은 명백한 혹세무민’이라며 반격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핵심 당직자는 “손 대표가 먼저 대선 행보에 불을 댕긴 만큼 앞으로 공세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당직자는 “손 대표가 한나라당을 공격하면서 지지율이 높아진 것으로 나온 언론보도도 고려됐다”고 말해, 야권의 대선주자로 존재감을 키워가는 손 대표에 대한 견제 심리가 발동하고 있음을 비쳤다.
민주당은 즉각 반격에 나섰다. 손 대표 비서실장인 양승조 의원은 “4대강 사업 비판에 대해 한나라당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도둑이 제 발 저리는 것과 같다”며 “특히 이번 공격성 발언은 손 대표가 야권의 대표주자로 부각되는 것에 대한 초조함과 긴장감의 표현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한나라당의 파상공세에도 4대강 사업이 대운하 전초사업이라며 비판수위를 높였다. 그는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위장된 운하사업인 4대강 사업은 분명히 중단돼야 한다”며 “민주당 의원들이 국감과 예산을 통해 4대강과 팔당 유기농단지를 꼭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신승근 송호진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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