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예산안 날치기
MB “회기내 처리” 요구에 결국 초강수
계수소위 일방중단, 합의처리 관행 무시
파병안 등 쟁점법안까지 끼워 명분 ‘실종’
MB “회기내 처리” 요구에 결국 초강수
계수소위 일방중단, 합의처리 관행 무시
파병안 등 쟁점법안까지 끼워 명분 ‘실종’
전례를 찾기 어려운 강행처리였다. 여야가 계수조정위원회에서 연일 새벽까지 예산안심사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여당이 느닷없이 직권상정 등 초강수를 뒀다. 한때 기자들의 취재까지 막았다. 한나라당 안에서조차 “도대체 왜 이렇게 서두르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왔다.
한나라당은 정기국회 회기 이내에 예산안을 처리하는 선례를 만들었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8일 오전 “연말 예산 처리 강행 관행을 깨기 위해 어떤 비난을 감수하고라도 오늘 처리하겠다”며 ‘회기 내 처리’에 절대가치를 부여했다. 하지만 이미 헌법상의 예산안 처리 기일(12월2일)은 지나간 뒤다.
여권은 예산안을 무리하게 강행처리하면서 잃은 것이 많다. 이명박 정부는 ‘3년 연속 예산안 단독 강행처리’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역대 정부에서 예산안은 합의 처리가 관행이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이던 2001년부터 2007년까지 여야는 세밑까지 예산처리를 미루면서 6차례나 여야 합의로 예산안을 처리했다. 한나라당이 사학법 개정에 반대해 예산 심사 자체를 거부한 2005년만 열린우리당이 민주당과 민노당 등의 협조를 얻어 예산안을 처리했고, 그 시점도 12월30일이었다.
여당은 특히 이번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원자력발전소 수주 대가로 ‘끼워팔기’ 논란을 빚었던 국군의 아랍에미리트 파병안 등 국론이 엇갈리는 쟁점 법안까지 묶어 처리하면서, 사실상 회기 내 예산처리라는 명분조차 스스로 훼손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나라당 수도권 출신 한 의원은 “왜 아직 논의가 모이지 않은 쟁점 법안까지 끼워 넣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국회의 가장 중요한 책무로 꼽히는 예산심사 기능이 현저하게 훼손됐다는 비판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여야 합의로 계수조정위원회가 원만히 진행되고 있던 상황에서 여당이 야당에 ‘지연전술’이란 딱지를 붙이고 일방적으로 무산시킨 대목은 한나라당에 두고두고 멍에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여권의 강행처리 배경엔 ‘임기 내 4대강 사업 완수’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강한 집착이 있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한나라당의 한 기재위원은 “이 대통령이 이미 회기 내 예산안 처리를 여러 차례 강조하지 않았느냐”며 “여당 출신 국회의장이나 원내대표나 이를 거스르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 한쪽에선 이재오 특임장관이 이 대통령의 이런 뜻을 지도부에 전달하는 등 강행처리 과정에 중요한 구실을 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예결위 소속 한나라당 한 의원은 “우리는 여야 원내대표가 회담을 통해 4대강 예산안 삭감폭을 결정하고, 예산심사 기한을 연장할 경우 얼마든지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었다”고 말했다. 김무성 원내대표의 야당에 대한 불신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원내대표실의 한 핵심 인사는 “김 대표가 그동안 많이 참았다. 그러나 더는 박지원 원내대표를 믿을 수 없다고 판단해 행동에 나섰다”고 말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김무성, 맨 앞에서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파란 셔츠 입은 이)와 소속 의원들이 8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예산안 여당 단독 처리를 막으려고 의장석을 에워싸고 있던 야당 의원들을 밀어내며 의장석으로 다가가고 있다. 이종걸 민주당 의원(가운데 위)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국회의 가장 중요한 책무로 꼽히는 예산심사 기능이 현저하게 훼손됐다는 비판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여야 합의로 계수조정위원회가 원만히 진행되고 있던 상황에서 여당이 야당에 ‘지연전술’이란 딱지를 붙이고 일방적으로 무산시킨 대목은 한나라당에 두고두고 멍에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여권의 강행처리 배경엔 ‘임기 내 4대강 사업 완수’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강한 집착이 있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한나라당의 한 기재위원은 “이 대통령이 이미 회기 내 예산안 처리를 여러 차례 강조하지 않았느냐”며 “여당 출신 국회의장이나 원내대표나 이를 거스르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 한쪽에선 이재오 특임장관이 이 대통령의 이런 뜻을 지도부에 전달하는 등 강행처리 과정에 중요한 구실을 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예결위 소속 한나라당 한 의원은 “우리는 여야 원내대표가 회담을 통해 4대강 예산안 삭감폭을 결정하고, 예산심사 기한을 연장할 경우 얼마든지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었다”고 말했다. 김무성 원내대표의 야당에 대한 불신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원내대표실의 한 핵심 인사는 “김 대표가 그동안 많이 참았다. 그러나 더는 박지원 원내대표를 믿을 수 없다고 판단해 행동에 나섰다”고 말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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