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강행처리 과정에서 일부 예산이 누락된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에서 물러난 고흥길 의원(오른쪽)이 1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 참석해 얼굴을 감싸고 있는 모습을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바라보고 있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수도권 의원은 ‘민심 달래기’
“당 회의는 안건이 없거나, 성원이 되지 않을 때 취소된다. 그러나 지금 왜 회의를 열지 못하는지는 웃분들에게 물으셔야 할 것 같다.”
한나라당 한 당직자는 15일 정례화된 공식 회의가 이틀째 열리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이렇게 답변했다. 지도부는 정례적으로 열리는 원내대책회의(화요일), 최고위원·중진의원연석회의(수요일)도 취소했다.
지도부의 이런 처신을 두고 당 안에서조차 ‘지도부 책임론’을 우려한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수도권 한 중진 의원은 “지금 당이 최고위원회의나 중진연석회의를 소집해봐야,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론 말고 무슨 얘기를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9일 최고위원회의는 홍준표·정두언·서병수 최고위원이 불참해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는 홍준표·정두언 최고위원 등이 당의 독자성 상실과 청와대 눈치보기를 비판하며, 여권 재편 등 지도부 인책론을 제기한 바 있다.
예산안 날치기에 대한 흉흉한 민심 기류를 감지한 수도권 의원들은 19대 총선에 대한 두려움 속에 아예 지역구에 상주하다시피 하고 있다. 서울 강북 지역의 한 친이계 의원은 “예산안 처리 이후 국회에 발을 들이지 않았고, 동료 의원들과도 연락이 두절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지역 주민들이 ‘제발 작작 좀 싸워라. 자기 지역구 예산 빼먹으려 그런 식으로 예산을 처리하면 되느냐’고 질책한다” 며 “30분 단위로 지역행사를 쫓아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중진 의원은 “그동안 주민들을 모아놓고 내년부터는 한나라당이 영유아 양육을 책임진다고 약속해 많은 박수를 받았는데, 얼굴을 들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 지역의 다른 친이계 의원도 “안 그래도 연말이면 지역구에서 송년회 등 모임이 많은데, 예산안 강행처리까지 겹치면서 지역에 살다시피 한다”며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예산 처리의 정당성을 설명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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