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파+친박, 친이중심 비대위는 ‘전략상’ 인정
독식론 역풍 우려해 우회방식의 쇄신 추진할 듯
독식론 역풍 우려해 우회방식의 쇄신 추진할 듯
11일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의 겉모습은 타협이었다. ‘비상대책위 재구성’ 문제로 갈등해온 소장파·친박근혜계 연합의 신주류와 친이재오계 중심의 구주류는 파국을 피해 정치적 절충에 합의했다. 하지만 내용상 신주류는 ‘우회 방식의 당 개혁 전술’로 전당대회 이전까지 과도체제의 주도권을 장악하면서 구주류와의 힘겨루기에서 사실상 승리했다.
신주류는 이날 안상수 전 대표가 퇴임 하루 전인 지난 7일 구성한 친이중심의 13인 비대위의 존재를 인정했다. 비대위에 당 최고위원회의 통상 업무와 전당대회 준비 업무, 당 쇄신 등 일상적 권한도 맡겼다. 대신 중진회동을 통해 황우여 원내대표가 대표 권한대행을 하도록 합의를 이끌어낸 뒤 의원총회에서 이를 추인받았다. 또 비대위 산하에 당헌·당규 개정 등 3~4개 소위를 두고, 기존 비대위원 바깥 인사의 참여를 허용해 신주류의 비대위 진입 통로를 확보했다.
이런 결정은 신주류가 안상수 전 대표를 비롯한 전임 당 지도부가 확정한 친이 중심 비대위를 전면 무력화할 경우 닥칠 ‘소장파 독식론’ 등 당내 역풍을 우려한 절충안으로 풀이된다. 한 소장파 중진 의원은 “이제 겨우 시작단계인 작은 싸움에 올인할 경우 당 쇄신이란 큰 그림을 망칠 수 있다”며 “지금으로선 어쩔 수 없는 최선책”이라고 말했다. 정의화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친이계 등 구주류 역시 “세력교체를 통한 쇄신” 요구를 거부할 명분이 없는 만큼 ‘비대위 존립’ 선에서 타협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향후 당 쇄신 및 전당대회 준비 과정에서 ‘쇄신 구상’을 관철하려는 신주류와 정치적 생존을 위한 당내 기반을 지키려는 구주류의 신경전은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신주류는 일단 세력화된 소장파 및 친박계의 조직력과 당 대표대행권을 인정받은 황우여 원내대표의 힘을 적절히 활용하며 쇄신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소장파 의원 44명이 포진한 ‘새로운 한나라’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쇄신안을 논의하고, 원내대표단과 비대위 소위를 통해 관철할 계획이다. 정태근 의원은 이날 새로운 한나라를 공식 발족하며 “매주 한 차례씩 당헌·당규 개정을 포함한 당쇄신, 정책기조 변화를 논의한 뒤 원내대표단 등을 통해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새로운 한나라 등 쇄신파 모임과 60여명으로 추산되는 친박계가 단일대오를 형성할 경우 신주류는 100여명의 의원을 확보한 당내 최대계파가 된다.
신주류는 특히 친이계가 주도하는 비대위에서 쟁점 사안이 정리되지 않을 경우 황우여 원내대표에게 소집권이 있는 의원총회와 중진회의를 적극 활용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한 소장파 의원은 “당 쇄신과 정책 기조 변화 등 중요 사안은 그때그때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을 것”이라며 “의원총회가 앞으로 당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세력이 위축된 친이재오계는 50여명의 의원이 포진한 ‘함께 내일로’를 중심으로 “이명박 정권 성공”을 명분 삼아 사안별로 대응전선을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승산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엔 이 대통령의 지지를 바탕으로 신주류와 전면전을 펼 가능성도 있다. 친이재오계 한 중진 의원은 “지금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위해 마지막까지 책임을 진다는 자세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정의화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왼쪽 둘째)이 1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시작 전 당직자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주영 정책위의장, 정의화 비대위원장, 황우영 원내대표. 이날 의총은 비대위 구성을 둘러싼 당내 논란을 수습하기 위해 열렸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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